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해온 미국 민주당이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엡스타인 저택에서 확보한 사진 19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영화감독 우디 앨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우파 논객 스티브 배넌 등 유명 인사들이 등장한다.
감독위원회는 엡스타인의 자택에서 총 9만5000여 장의 사진을 확보했으며,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옆에 선 채 한 여성과 대화하는 모습과 여러 여성과 나란히 서 있는 장면 등이 포함됐다. 일부 사진 속 여성들의 얼굴은 신원을 알 수 없도록 가려졌다.
공개된 사진 가운데는 ‘트럼프 콘돔’을 4달러50센트에 판매한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담긴 사진도 포함됐다. 이 사진 역시 엡스타인이 보관하고 있던 자료로, 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공개했다.
다만 이들 사진에는 촬영 시점이나 장소 등 구체적인 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아 정확한 맥락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WP는 전했다. 엡스타인이 직접 등장하지 않은 사진도 다수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이번에 공개한 사진들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여러 파티와 행사에서 그와 공개적으로 어울린 바 있어, 엡스타인 저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발견된 것 자체가 새로운 사실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 사진들은 두 사람이 한때 친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물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크지 않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였던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을 포함한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체포된 뒤 구금 중 숨졌다. 이후 엡스타인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명단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이 잇따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엡스타인의 범죄를 알지 못했으며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엡스타인 관련 자료 공개 요구를 민주당의 정치 공세로 치부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 내부에서도 자료 공개 요구가 이어지자, 지난달 의회가 제정한 엡스타인 자료 공개법에 결국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는 오는 19일까지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다만 법에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어 모든 자료가 전면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이번에 공개된 충격적인 사진들은 엡스타인과, 그리고 그와 관계를 맺은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들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며 “법무부는 즉각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측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거짓 서사’를 만들기 위해 사진을 선별적으로 공개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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