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이달 19일 현행 0.5%인 정책금리를 0.75%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시장의 초점은 ‘금리를 언제, 어디까지 올릴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융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중앙은행과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재정을 고집하는 정부 간의 ‘엇박자’가 일본 경제의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금융 정보 업체 퀵이 시장 전문가 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이 이달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이번에 정책금리가 0.75%로 오르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0.5%의 벽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최근 나고야 강연에서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금리 인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12월 인상론에 힘을 실었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추가 인상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닛케이 조사에서 다음 인상 시기를 ‘내년 7월’로 전망한다는 답변이 38%로 가장 많았다. 엔저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반년에 한 번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야카와 히데오 전 일본은행 이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반년 주기 인상을 통해 “2027년 상반기에는 최종 금리가 1.5%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일본 금리가 제로(0)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1%대 중반에 안착한다는 의미로 엔화 가치에도 구조적인 변화(엔고)를 불러오게 된다.
문제는 일본은행의 이 같은 행보를 ‘다카이치 리스크’가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취임 전부터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으며 대규모 재정지출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는 엔화 약세와 고물가에 대한 여론 악화를 의식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모양새지만 ‘불안한 휴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브레이크(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를 밟는 동시에 정부가 액셀러레이터(재정 확장)를 밟는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하야카와 전 이사는 “다카이치 정권이 재정 확대를 추진하면서 금리 인상을 견제할 경우 ‘트러스 쇼크’에 근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2년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트러스 총리가 재정 규율을 무시한 대규모 감세를 발표해 금융위기를 촉발한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방만 재정의 우려가 커지며 18년 반 만에 2% 선에 육박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본 금리 상승으로 전 세계 자산 시장을 떠받치던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청산돼 유동성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 규모를 506조 원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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