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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이오기업, 사업전략 없인 기술도 없다

이정민 바이오부 기자


“기업설명회(IR)를 할 때 소개 프레젠테이션 순서를 바꾸라는 조언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바이오 기업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최근 만난 한 바이오 IR 컨설팅 대표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그는 기초적인 설명보다 유망한 사업에 대한 회사의 핵심 역량을 전략적으로 먼저 강조해야 한다는 피드백에도 ‘외골수’ 대표들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바이오 기업은 수백 개에 이르지만 이들 중 괜찮은 기업에 대한 평가는 일치한다. 핵심은 기술력이 아니라 그 기술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대표의 비즈니스 마인드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의 물량 공세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치밀한 사업화 전략이 필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분야만 봐도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이미 임상 2·3상 단계의 후보 물질을 다수 확보한 상황”이라며 “한국이 단순히 개별 후보 물질만으로 접근하면 백전백패”라고 지적했다.

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 등을 필두로 한 이른바 ‘돈 버는 바이오’의 흐름은 기술력만으로 만든 게 아니다. 미래 유망 분야를 먼저 읽고 한정된 자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한 ‘선택과 집중’의 산물이다. K바이오 최초 글로벌 제약사 지분 투자를 유치한 에이비엘바이오는 고령화에 따른 중추신경계(CNS) 신약 수요 증가를 예측하고 뇌 안쪽으로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을 선점했다. 최근 주목받는 디앤디파마텍·지투지바이오도 알약의 흡수율을 높이거나 약물의 체내 지속 기간을 연장하는 실용적 플랫폼으로 시장성을 입증했다.



바이오 기업의 사업화 전략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기초연구 영역을 넘어 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들였다면 ‘팔릴 만한’ 기술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한 바이오 기업의 IR 담당자는 “경영진으로부터 기술보다 숫자부터 먼저 언급하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술만 믿고 전략을 외면하는 순간 K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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