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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퇴직연금 의무화로 초고령화사회 노후안전판 만들어야"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

'소득 크레바스' 넘길 브리지·보완연금으로 활용

26%수준인 퇴직연금 가입률과 수익률 높이고

중퇴기금 활성화·일임형 운용 한국형 모델 필요

중도인출 줄여 규모 키우고 세제혜택 더 늘려야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이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중소기업은 중퇴기금을 활성화하고 대기업은 금융기관 중심의 일임형으로 운용하는 한국형 혼합 모델로 의무화·기금화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퇴직연금제도가 올해로 국내 도입 20년을 맞았다.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이 계속 늘면서 지난해 말 적립금은 431조 7000억 원, 가입자는 714만 4000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 5년간 적립금 규모가 두 배로 증가하는 등 노후 생활의 안전판으로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입 사업장은 43만 7000개로 도입률이 전체 사업장의 26.4%에 그치고 있다. 대기업 등 대규모 사업장의 도입률은 높지만 중소기업과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여전히 미진하다.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운용 수익률 제고도 숙제로 남아 있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초고령사회에 퇴직연금은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며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 의무화를 통해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 일원화가 점진적·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기금형 도입과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퇴직연금 의무화는 비용 부담이 있는 만큼 중소기업 사업주들의 반대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성장 단계에 있는 국내 퇴직연금이 본격적인 성장을 거쳐 선진국처럼 성숙 단계로 가려면 더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제도가 왜 필요한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점차 늦어져 1969년생부터 65세에 이르게 됐다. 회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60세에도 미치지 못해 소득의 크레바스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적립해둔 퇴직연금을 받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현재 최대 40%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퇴직연금은 12개월 근무 시 1개월분의 월급이 지급되는 것으로 연봉의 8.3%가 매년 적립된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 향후 13% 수준임을 고려하면 8.3% 수준의 퇴직연금을 제대로 운용할 경우 두 개의 연금을 합쳐 노후소득 보장이 한층 두터워질 수 있다. 퇴직연금을 제대로 적립·운용한다면 일정 기간 소득의 크레바스를 건널 브리지연금, 두터운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보완적 연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개인연금과 더불어 3층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다.

△10년 평균 2%대에 머물던 퇴직연금의 최근 1년 수익률이 4.7% 안팎을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체감도는 낮다. 수익률은 장기 투자와 전문적 투자가 결합돼야 높아질 수 있다. 퇴직연금이 2005년 도입돼 제도의 성숙도가 낮은 데다 퇴직금제도와 이원화된 상태여서 연금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빈번한 중도 인출과 해지가 많아 장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한계도 있다. 원금 손실의 위험에 대한 안정성 요구 역시 높다는 점도 적극적인 운용을 제한하는 요소다. 현재 원리금 보장형 운용 비중이 87.2%에 달한다.

-정부가 퇴직연금의 의무 가입을 넘어 기금형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은퇴 후 노후 생활을 지탱하는 핵심 수단이라 법정 퇴직금 수준보다 높아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급여(DB)형은 물론이고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확정기여(DC)형조차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균 수익률이 저조하고 새로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요구도 높은 상황이다. 근로자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도 기금형 도입의 필요성이 있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이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중소기업은 중퇴기금을 활성화하고 대기업은 금융기관 중심의 일임형으로 운용하는 한국형 혼합 모델로 의무화·기금화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 비해 연금화율이 낮고 일시금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데.

△우리나라는 연금 수령 비율이 계좌 기준 13%에 불과하다. 또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나 연금으로 수령하나 세제상 혜택 차이가 별로 없어 연금 수령의 큰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 연금 수령 문화를 확산시키려면 일단 중도 인출을 줄여 최대한 적립 규모를 키워야 한다.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대한 중도 해지를 연금 수급 가능 시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어렵게 하고 담보대출 활성화 등으로 중도 인출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납입액에 대한 연말정산 세제 혜택을 다른 세금 환급금과 구분 없이 지급하는데 근로자 IRP 계좌에 의무적으로 적립하게 하는 등 적립 규모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시금 수령 시 세제 혜택은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가입자의 상당수는 어떻게 운용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현행 퇴직연금법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퇴직연금 교육을 매년 1회 이상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대부분 온라인 교육 등으로 형식화돼 있다. 연 1회 형식적인 교육을 하기보다는 최초 가입자의 경우 전문 기관이 대면 교육을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영국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펜션 와이즈(Pension Wise)’라는 연금 컨설팅 서비스가 있다. 2015년 퇴직연금 일시금 인출 시 55%의 높은 세금을 부과하던 것을 없애고 55세 이후 원하는 시기에 인출하는 연금 자유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50세 이상에게 무료 제공되며 가족 상황, 소득, 부채 등을 고려해 연금 개시 시점의 선택지를 안내하고 투자 리스크, 세무, 수수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2022년부터는 연금을 인출하거나 이전할 때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펜션 와이즈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참고해볼 만하다.

-글로벌 연금과 한국 퇴직연금을 비교한다면.



△나라마다 제도의 토대가 되는 근로자의 인식과 금융시장 여건 등이 다르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신탁제도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금형 법인을 도입하는 데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기금법인 지배구조에서 가입자 대표로서 노사의 공동 의사 결정이 필요한데 이런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 문화가 형성된다면 수익률 제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한국에는 어떤 기금형 모델이 필요한가.

△기금형 제도를 얘기할 때 별도의 법인을 수립하는 기금법인형만을 고려하는데 금융기관 중심의 기금운용전문사를 도입해 운영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서는 현재 기금형 제도라고 할 수 있는 중퇴기금을 활성화시키고 그 이상 규모 기업의 퇴직연금은 전문 운용 기구를 설립해 일임형으로 운영하는 내용이다.

-퇴직연금 기금형 도입의 필수 조건을 꼽는다면.​

△현재 계약형 구조로만 돼 있는 퇴직연금 체계에서 기금형 도입 논의가 적극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낮은 수익률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기금형을 도입한다고 저절로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의 노후소득이라는 퇴직연금의 기본 성격을 고려하면서도 수익률을 높이려면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기금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져야 한다. 또 잦은 인출과 해지를 제한해 장기적인 적립이 가능해야 장기 투자로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연금기금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통해 운영 책임과 감독 책임의 분리, 지배 기구에 가입자 대표 참여 등 책임성 보장 장치 마련, 전문성 확보, 외부감사 보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이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중소기업은 중퇴기금을 활성화하고 대기업은 금융기관 중심의 일임형으로 운용하는 한국형 혼합 모델로 의무화·기금화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대기업·중소기업 간 퇴직연금 도입률 격차가 크고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사각지대가 많다. 의무화 과정에서 영세 사업장의 참여와 사업주 부담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

△근로복지공단은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퇴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중퇴기금 가입 시 수수료를 3년간 면제하고 사업주 부담금의 10%를 지원한다. 최저임금의 130% 이하 근로자에게는 추가 지원금으로 임금의 10%를 지급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도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외부 적립금은 법적으로 반드시 지급 또는 적립해야 한다. 나중에 목돈 부담을 갖기보다 중퇴기금을 활용해 지원받으면서 근로자에게도 큰 혜택이 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이 분야에 배달라이더·작가 등 젊은 종사자들이 많음에도 노후소득 보장이 근로자에 비해 상당히 미흡하다. 이분들도 퇴직연금제도와 같은 사회안전망 체계에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예술가 등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전국민고용보험제도가 도입돼 정착 중이다. 구체적인 부담 비율은 추가 논의하더라도 종사자와 사업주가 함께 부담하고 정부가 일정 부분 운영 지원을 한다는 원칙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론화해볼 만하다. 노후소득 보장이 특히 취약한 분들에게도 중퇴기금의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 She is…

1969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영주여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정책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법학 석사,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법학전문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고용노동부에서 노동시장정책국장·근로기준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노동 전문 관료이자 연금 전문가로 인정받아 여성가족부 차관에 발탁돼 일했다. 현재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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