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에 따라 70년 넘게 주류 판매를 금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술 판매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조짐이 포착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술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프리미엄 레지던시'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만 출입 가능하며, 해당 비자는 정부기관,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일부 외국 전문가에게 발급된다.
지난해 리야드 외교 구역에 문을 연 주류 판매점은 애초 외교관 전용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프리미엄 레지던시 비자 소지자에게도 술을 파는 모습이 목격됐다.
NYT는 사우디 당국이 이 같은 판매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매장 이용자는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과 연동된 월별 주류 구매 한도에 따라 술을 살 수 있으며, 매장 출입에는 사우디 정부가 개발한 전용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수도 리야드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 당국은 제다, 다란 등 다른 도시에도 유사한 판매점을 개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우디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매장 위치는 온라인 지도에 표시되지 않으며, 방문 시 GPS 좌표 공유가 필요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정치 전문가 앤드루 레버는 “이는 사우디 당국이 사회적 변화에 접근하는 방식”이라며 “공식 발표 없이 점진적 시행 후, 필요 시 정책 철회 여지를 남기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관광 산업 육성과 외국 자본 유입 확대, 규제 완화를 통한 비석유 경제 기반 확장 등이 핵심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2018년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공공장소 성별 분리 규정을 완화하는 등 사회적 규범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번 주류 규제 완화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1950년대 주류 판매를 공식 금지했다. 당시 왕족이 술에 취해 외국 외교관을 살해한 사건이 기폭제였다. 이슬람 경전 '쿠란'은 무슬림에게 음주를 금하거나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주류 규제를 완화하려는 배경에는 관광객 유치 확대와 비석유 세수 확보 의도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재정이 몇 년 안에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2030년 엑스포·2034년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관광산업을 본격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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