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에 대해 전국 법관들이 위헌성과 재판 독립성 침해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회의에 상정된 3건의 의안을 모두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사법제도 개선 △법관 인사·평가 제도 변경 △비상계엄 전담 재판부 설치 법안 및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이다. 전담 재판부 관련 안건은 회의 현장에서 추가로 상정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등에 대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면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형법 개정안은 위헌성 논란이 존재하고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문제는 애초 이날 정식 안건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회의 도중 10명 이상의 법관대표가 안건 상정에 동의하면서 긴급 상정됐다. 이후 표결에 참여한 법관대표 79명 중 50명의 찬성으로 ‘입장 표명’ 의안이 가결됐다. 대표회의는 먼저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 우려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한 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크고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입법 논의를 촉구했다.
대표회의는 상고심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도 사법제도 개선은 국민의 권리 구제와 재판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국민의 요구와 재판 실무를 담당하는 법관들의 의견이 입법 논의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공식 채택했다. 특히 상고심 개편은 실증적 논의를 전제로 사실심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하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법관 증원과 상고 사건 처리 구조 개편 역시 속도와 방향 모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대법관 구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다양성과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검증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공식 의견으로 명시했다. 단순한 인원 확대가 아니라 대법관 선발 구조 자체의 민주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제도 개선의 전제로 제시한 것이다. 대법관 증원 논의가 인원 확대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법부 내부가 구조 개선을 주도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짚은 셈이다.
법관 인사·평가제도 변경과 관련해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강한 수준의 신중론이 채택됐다. 대표회의는 법관 인사와 평가제도의 변경이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 보장, 나아가 국민의 사법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충분한 연구와 폭넓은 논의를 거쳐야 하며 법관들의 의견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도 균형 있게 수렴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결의문에 담았다.
회의에 앞서 법원행정처로부터 여당 태스크포스(TF)를 거쳐 발의된 사법 개혁 법안 전반에 대한 공식 설명도 이뤄졌다. 행정처 기획총괄·윤리감사총괄·인사총괄·사법지원 총괄 심의관들이 출석해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개편 △법관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재판소원제도 도입 △법왜곡죄 도입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포함한 사법행정 정상화 방안 △전관예우 근절 △법관 징계 강화 및 감찰관 제도 실질화 등의 진행 경과와 주요 쟁점, 행정처의 검토 의견을 설명했다.
향후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내란전담 특별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을 두고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국회의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행정처, 법무부 등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헌재는 “일률적으로 1개월의 심판 기간을 정한 부분은 사안의 경중이나 난도에 따라 다소간 심판 기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재판이 정지되지 않은 채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날 경우 법원의 재판이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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