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1.8%)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미국의 관세 등 경제 불확실성의 여파에 기업과 공공 부문까지 투자를 줄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제 위축이 확인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추진하는 18조 엔(약 170조 15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8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 성장률 수정치는 전 분기인 올 2분기 대비 0.6% 감소해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0.4%) 대비 감소 폭이 확대됐다. 연율로 환산한 3분기 실질 GDP 수정치는 -2.3%로 역시 속보치인 -1.8%보다 낮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자동차 등 일본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3분기 수출은 1.2% 줄어 올 1분기(-0.1%) 이후 2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것도 3분기 GDP 감소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일본의 설비투자는 올 들어 3분기까지 계속 늘었지만 3분기 증가율은 2.9%로 1분기(6.4%)와 2분기(7.6%)에 비해 둔화됐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의 투자 감소가 최근 두드러진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기계 부문의 설비투자는 올 2분기 -5.6%에서 3분기 -43.2%로 투자 위축세가 심해졌고 자동차를 포함한 운송장비 부문 투자는 2분기 43.4% 증가에서 3분기에는 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일본 반도체 제조사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야마나시현 고후 공장을 9년 만인 지난해 4월 공식 재가동했지만 현지 전력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됐다는 이유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도시바메모리가 전신인 키옥시아도 지난해 7월 완공한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 제2생산동 건물을 1년여 뒤인 올 9월에서야 운영하기 시작했다.
완성차 업체 닛산은 올 1월 발표한 규슈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4개월 만인 5월 전면 취소하는 등 자동차 산업의 투자 신호 역시 약해지고 있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경제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신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 부문의 투자도 주춤하다. 3분기 GDP 속보치에서 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던 공공투자 부문은 수정치에서 1.1% 감소로 돌아서는 등 사회간접자본(SOC) 등 정부 투자도 소극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3분기 0.2%(전기 대비) 증가하는 데 그쳐 내수 활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날 발표한 10월 실질임금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0.7% 감소해 10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으며 이는 3%대를 기록 중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요미우리가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정부는 이날 18조 3034억 엔 규모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와 자민당은 17일 종료되는 이번 회기 내에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카이치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은행은 이달 0.25%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 인상 횟수도 1회에 그치는 등 추가 인상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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