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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 침해vs공공성 확보…줄잇는 단지 내 공공보행로 갈등[집슐랭]

공공기여 약속해놓고 빗장 걸어

고덕아르테온도 출입 규정 강화

"전동 킥보드 등에 부담금" 경고

경기·부산·광주 등 전국 확산

지자체 벌금 외 대응수단 없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내 공공보행로. 연합뉴스




공공보행로를 지역 주민과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내용을 정비계획안에 담아 재건축 인허가를 받은 뒤 정작 아파트 입주 개시 이후에 펜스를 설치하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등 외부인 통행을 제한하는 단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행강제금과 벌금 등을 부과하는 것 이외에 지자체가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은 지난달 고덕그라시움 등 인근 아파트 단지에 ‘고덕아르테온 외부인 출입 제한 및 규정 강화 통보에 따른 안내’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고덕아르테온은 외부인이 전동 킥보드, 전동 자전거 등을 통해 단지의 지상을 주행할 경우 1회당 20만 원의 질서유지 부담금(위반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단지 내 흡연, 반려견 배설물 미수거, 어린이놀이터 등 출입금지구역 위반 시 10만 원의 위반금을 징수하겠다고 공표했다. 또 입주민 동행 없는 외부인의 단지 내 통행 및 시설 이용도 제한된다.

고덕아르테온 입주민들이 이처럼 단지 내 외부인의 통행을 관리하는 것은 공공보행로가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재건축 당시 조합이 공공보행로를 정비계획안에 포함해 제출했지만 이에 따른 인센티브 혜택은 받지 않았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것에 비해 관리는 아르테온 단지의 몫이다 보니 갈등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민의 사유지 관리 방식을 구청에서 제지하기는 어렵고 다만 갈등 해결을 위해 폐쇄회로(CC)TV 증설 지원과 공공보행로 질서유지 캠페인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단지 내 공공보행로에 사유지임을 설명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단지 내 보행로 갈등은 상일동뿐만이 아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는 외부에 개방하는 열린 단지를 계획했으나 등산객들이 단지를 통과해 지나간다며 2023년 출입증 인증이 필요한 1.5m 높이의 담장을 세워 통행을 제한했다. 또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개포래미안포레스트’도 같은 해 출입구에 담장을 설치해 외부인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했다. 당초 공공보행로는 보행 편의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단계에서 반영되고 있지만 반려견의 배설물 문제와 안전 문제 등으로 단지를 외부에 개방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 올해 10월 정비계획안이 가결된 강남구 ‘압구정3구역’도 처음 서울시와 합의한 신속통합기획안에 한강으로 이어지는 지상 공공보행로가 계획됐다. 하지만 조합이 이를 지하 통로 및 차도로 바꾸면서 8월 한차례 고배를 마신 뒤 지상으로 계획을 되돌리면서 통과됐다. 하지만 압구정3구역 조합 내부에서도 준공 후 24시간 자율 통행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아르테온처럼 역에 가까이 위치한 단지는 유동 인구로 인해 통행 제한에 대한 단지 입주민들의 의지가 강하다. 2호선 상왕십리역과 가까운 성동구 하왕십리동 ‘한신무학’ 단지도 인근 ‘무학현대’ 단지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었지만 폐쇄했다. 도선동 A중개업소 대표는 “역 접근성이 좋으면 통근이 편한데다 집값과 즉각 연동되는 요소여서 역세권 장점을 배타적으로 누리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보행로 갈등은 서울을 넘어 경기도 성남, 광주, 부산 등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벌금 부과 이외에 마땅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3년 이전에 준공된 단지들은 지구단위 계획상 벌칙 규정이 미비해, 불법 시설물 설치 등으로 벌금 100만 원을 부과하고 종결된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후 심의 단지부터는 공공보행로에 ‘지역권’을 설정하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시정될 때까지 이행강제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권은 통행 등의 목적으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를 뜻한다. 공공보행통로에 지역권을 설정하면 등기에 지역권이 표기된다. 단지 외부인의 출입을 막을 경우 시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공공보행로가 사유지라면 펜스 설치를 막기 힘들다는 판결도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종로구 경희궁자이2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펜스 설치 불허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인 입대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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