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예상을 깨고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글로벌 시장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블랙 먼데이’ 당시에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1일(현지 시간) 주요국 주식·채권시장은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 여파로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고 독일(-1.04%), 프랑스(-0.32%) 등 유럽 증시 역시 흔들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087%로 7.2bp(bp=0.01%포인트),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749%로 6.2bp 각각 오르는 등 채권시장 또한 타격을 받았다. 전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너무 늦거나 이르지 않게” 통화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은 우에다 총재가 올 1월 이후 중단된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3%대를 유지하고 있는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확장재정을 내건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출범하며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에다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그는 “수입물가 인상이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엔저(낮은 엔화 가치)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올 4월 140엔대에서 이달 155엔대로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당초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는 다카이치 총리가 금리 인상에 부정적이었지만 지난달 우에다 총재와의 첫 회동에서 일본은행의 금융 정상화 정책에 이해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 점도 주목된다. 엔저와 고물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박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를 빌려 투자한 사람들이 환 손실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상환에 나선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몰릴 경우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말 일본은행이 금리를 0.10%에서 0.25%로 높이자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며 ‘블랙먼데이’가 빚어졌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전 세계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 규모를 최대 20조 달러(약 2경 9376조 원)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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