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나노플라스틱이 피부 장벽을 뚫고 인체 깊숙한 장기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그동안 나노플라스틱은 주로 음식이나 공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는 화장품·생활용품 등을 통해 ‘피부’로도 충분히 체내 침투가 가능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 의미가 크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진수 박사팀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해 20나노미터(㎚) 크기의 폴리스티렌 나노플라스틱을 쥐의 피부에 도포한 뒤 SPECT/CT 영상으로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이 연구는 지난달 21일 국제학술지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됐다.
실험 결과, 나노플라스틱은 피부 표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나노플라스틱 도포 1주차에는 림프절, 3주차에는 폐, 4주차에는 간과 혈액에서 잇따라 검출됐다. 즉 피부에 닿은 것만으로도 전신 순환계를 타고 주요 장기로 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방사성 동위원소만 단독으로 노출한 비교군에서는 침투 흔적이 전혀 관찰되지 않아, 체내 확산의 원인이 ‘나노플라스틱 자체’임이 확인됐다.
나노플라스틱을 3개월 동안 반복 노출한 실험에서는 염증·노화 관련 유전자(TNF-α·IL-6·MMP-3 등)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총 294개 유전자가 증가·144개가 감소하는 등 유전자 발현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피부조직에서는 피부층 두께가 얇아지고, 만성 염증과 노화가 진행된 모습도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피부 장벽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는 비교적 정상 수준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겉보기엔 멀쩡한 피부에서도 나노 단위의 미세 입자는 모공·모낭을 통해 손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진수 박사는 “나노플라스틱이 림프절–폐–간–혈액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전신 전이 경로를 보였다”며 “이는 장기적인 면역 기능 교란, 호흡기·간 독성, 대사 이상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체 건강영향평가에서 피부를 주요 노출 경로로 포함해야 하며, 향후 플라스틱이 인간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해 보다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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