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벤처 투자 실적이 오랜만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신규 벤처 투자는 9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었고 3분기 투자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4조 원을 기록했다. 펀드 결성도 9조 7000억 원으로 17% 확대되며 개선 흐름이 이어졌다.
이 같은 반등에는 금리 안정과 기업 성장 기대 회복 등 시장 요인과 함께 기술·혁신 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강조해온 정부 정책이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민간 출자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연기금·공제회 출자도 증가한 점은 벤처 투자 시장 전반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벤처·스타트업이 한국 경제의 미래 산업이라는 공감대가 다시 강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와 펀드 결성의 회복만으로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벤처 투자의 본질은 ‘회수(exit)’이며 회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투자 확대도 지속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회수 금액은 3조 1000억 원에 그친 반면 누적 투자 잔액은 32조 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 회수 기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벤처 투자 회수의 절반 이상이 이뤄지는 코스닥 시장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지수는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기업공개(IPO) 공모 금액도 최근 수년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 비중이 약 80%를 차지하고 기관 비중이 5% 수준에 그치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기술 기업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 이에 유력 혁신 기업들이 코스닥 대신 미국의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나스닥은 상장 후에도 기업의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지속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테슬라가 상장 이후 9년 연속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채권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누적 1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며 성장한 것이다. 또 나스닥 상장사 가운데 70%가 창업자 중심의 혁신 기업인데, 한국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어 혁신 기업의 성장 경로에서도 구조적 차이가 크다.
이제는 벤처 투자 확대의 흐름을 회수 정상화로 연결하는 전략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자금이 마중물이 되고, 민간자금이 함께 참여하는 ‘코스닥 활성화 펀드’ 도입을 제안한다. 3년간 총 30조 원의 규모로 단계적으로 펀드를 조성해 코스닥 시장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한다면 기술·혁신 기업에 스케일업 자금 공급, 기관 중심의 안정적 투자 문화 확산, 코스닥 IPO 활성화를 한 번에 추진할 수 있다.
올 3분기 벤처 투자 반등은 우리 벤처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변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일시적 반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선순환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그 출발점은 회수 기반을 강화하고 코스닥이 기술 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다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정부·국회·시장과 함께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과 회수 시장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혁신 기업이 성장하고 벤처 투자가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과제는 코스닥 시장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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