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일 간 스파이 전쟁도 격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MSS)는 최근 “지난 몇 년간 일본 정보기관의 침투와 기밀 탈취 사건을 한꺼번에 적발했다”고 밝혔다. 외부 노출을 꺼리는 MSS가 직접 간첩 사건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2014년 반간첩법 시행 이후 구금된 일본인 17명 중 9명이 돈을 받고 일본 공안청에 정보를 넘겨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공론화한 것이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판 CIA’ 창설을 공식화했다. 표면적으로는 대외 정보 수집 강화이지만 실제로는 중국·북한 등의 정보전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에 가깝다.
중국 MSS가 전면에 나선 점이 주목된다. MSS는 국무원 산하기관이지만 실상은 공산당 중앙정치국과 국가안전위원회의 지휘를 받는다. 시진핑 체제 이후 대내적으로는 부패 척결과 경쟁자 숙청, 대외적으로는 사이버 감시·공격 및 경제안보까지 활동을 넓혔다. 미국 통신망을 해킹한 ‘소금 태풍(Salt Typhoon)’ 작전의 배후로 지목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헤드헌팅을 명목으로 기업 비밀과 국가안보 및 전략기술 탈취에도 관여한다. 영국 정보국(MI5)은 “중국 스파이가 헤드헌팅을 이유로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
이 거센 정보전의 한복판에 한국도 있다. 사드 기지를 촬영한 중국인이 5년 형을 선고받고 현직 경찰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정보를 중국에 넘기다 수사를 받는 등 중국의 스파이 행위는 이미 비일비재하다. 또 영국 사례처럼 경제학자·기업인·과학기술인·공무원까지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다. 일본의 정보 수집 강화는 한미일의 대북 공조에서 한국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느긋하다. ‘적국’에 한정된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으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은 법안소위를 통과한 뒤 1년째 제자리다. 북한이 아니라면 국가 기밀을 넘겨도 간첩죄가 성립하지 않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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