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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이 평일 낮에만 오나”…독거노인 두번 울리는 ‘24시간’의 족쇄

■ 박태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 인터뷰

급성 뇌경색, 병원 도착시간이 산정특례 혜택 좌우

증상 발생 24시간 넘으면 입원 비용 전액 환자 부담

독거노인 등 의료취약계층 지원 멀어지는 아이러니

10년 전 정해놓은 뇌경색 산정특례 기준 개선 시급

박태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경진 기자




"뇌졸중이 평일 낮에만 골라서 옵니까? 주말이나 긴 추석 연휴는 물론 밤낮을 가리지도 않고 불시에 발생합니다. 그런데 증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 응급실에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비 지원 여부가 갈리는 건 너무 불합리합니다."

박태환(사진)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서울의료원 신경과 과장)는 28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대한뇌졸중학회 국제학술대회(ICSU & ICAS 2025)에서 기자와 만나 "중증 뇌경색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해놓은 기준이 의료취약계층의 산정특례 적용을 가로막는 족쇄가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뇌졸중의 약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은 뇌로 향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 발생한다. 뇌혈관이 막히는 순간부터 1분당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된다.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심근경색과 달리 급성 뇌경색의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뇌경색이 생겨도 증상이 경미해 알아채지 못하다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지나간 병변이 발견되기도 한다. 정부는 중증 뇌혈관질환자의 건겅보험 보장을 확대하기 위해 2016년 7월 급성 뇌경색 환자의 산정특례 적용 범위를 대폭 완화했다. 증상 발현 24시간 이내 입원하고 NIHSS(뇌졸중평가척도) 5점 이상인 경우 별도 수술을 받지 않아도 건강보험 진료비의 5%만 내도록 했다. NIHSS는 뇌경색 환자의 의식·신경학적 기능·운동·후유증 등을 평가하는 척도다.



하지만 실제 적용 후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는 급성 뇌경색 환자 중 산정특례 적용을 받는 비율은 30~35%에 불과하다.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은 그보다 낮은 27%에 그치고 있다. 혼자 사는 고령 환자의 입원 비중이 높다보니, 뇌경색이 생겨도 24시간 이내 입원하는 사례가 드물어서다.

급성 뇌경색으로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 입원하면 통상 600만~800만 원의 급여 비용이 발생한다. 스텐트나 혈관재개통 시술 등을 받으면 1000만 원 가까이 나올 수 있다. 운이 좋아 증상 발생 24시간 안에 응급실을 찾았다면 다행이지만, 20~30분만 지나도 산정특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응급실 내원 당시 의무기록을 토대로 산정특례 여부가 자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환자는 물론 의료진이 개입할 여지조차 없다.

박 이사는 "서울의료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에는 배우자와 사별 후 혼자 생활하면서 주중에만 요양보호사의 관리를 받는 어르신이 많다"며 "금요일 저녁에 뇌경색이 발생했는데 요양보호사가 월요일에 발견해 병원에 데려오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병원 도착이 늦어질수록 중증 후유장애가 남을 위험과 치료비 부담이 커지는데, 정부 지원에선 멀어지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박 이사는 "급속한 고령화 속에 혼자사는 노인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뇌경색 산정특례 기준을 현행 24시간에서 증상 발생 후 72시간 이내로 확대하고 NIHSS 기준도 3점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령화와 더불어 뇌경색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박 교수는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해 예방에 힘써도 절대적인 환자 수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급성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면 후유장애 발생을 최소화해 장기적으로 간병과 요양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력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뇌졸중 진료 현장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면 응급 처치 후 배후 진료가 가능해야 하는데 당직 등 24시간 대응 업무에 대한 부담과 법적 리스크,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등으로 인해 뇌졸중 전문의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정책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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