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한 뒤 차량 밖에 매달린 채 1㎞ 넘게 달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 송치된 가운데, 당시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와 도로 CCTV 영상이 공개됐다.
27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60대 피해자는 이달 14일 새벽 대전에서 청주로 가는 대리운전 요청을 받고 만취 상태의 가해자를 태웠다. 주행 중 과속방지턱을 지나자 가해자는 갑자기 폭언과 폭행을 시작했다. 블랙박스에는 가해자가 운전 중인 피해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고 폭행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며 차를 세우자 가해자는 뒷좌석에서 운전석으로 넘어와 "내가 운전하겠다"며 피해자를 밖으로 밀어냈다.
문제는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채운 상태였다는 점이다. A씨는 "아버지는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은 채 몸이 걸려 매달린 상태가 됐다"며 "그 사실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도로 CCTV 영상에는 운전석 문이 열리며 피해자의 발이 나타나고 모자가 밖으로 던져진 뒤 상반신이 차량 밖으로 떠밀려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매단 채 1.5㎞를 주행했다. 피해자의 몸이 바닥에 질질 끌리고 마주 오던 차량과 부딪혔지만 멈추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에 과속방지턱 때문에 덜컹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부터 시비가 시작됐다"며 "피해자가 험하게 운전한 게 아니라 그 도로에 방지턱이 많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처음엔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다가 영상을 보여주니 '기억이 또렷하지 않지만 내가 그런 게 맞다. 잘못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대리비 4만원을 받고 운전대를 잡은 피해자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끝내 숨졌다. 경찰은 지난 20일 가해자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아버지가 그 상태로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웠을까 싶다"며 "가해자가 범행을 시인했지만 음주 사실로 인해 사건이 축소되거나 처벌이 감경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굉장히 반사회적이고 비인간적인 범행으로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만큼 그 죗값을 정확하게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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