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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20세기 철학의 흐름을 바꾼 여성들

■형이상학적 동물들(클레어 맥 쿠얼 ·레이철 와이즈먼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어느날 당신은 폭주하는 트롤리(전차)가 다섯 명이 서 있는 선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때마침 당신 옆에는 선로를 바꿀 수 있는 레버가 있다. 레버를 당긴다면 선로가 바뀌어 다섯 명 대신 다른 선로의 한 사람만 죽는다. 당신은 선로를 당길 것인가.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사고 실험인 ‘트롤리 딜레마’다. 그러나 이 실험을 고안한 사람이 영국의 여성 철학자 필리파 풋(1920~2010)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20세기 위대한 철학자이자 미혼으로 사망했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미출간 저작의 권리와 재산 상당 부분을 자신의 여성 제자에게 남겼다. 그 제자 엘리자베스 앤스콤(1919~2001)은 근대 과학의 태동과 함께 대두된 논리실증주의(검증 가능한 명제만 의미 있다고 보는 사상)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인간 행위는 그 의도와 맥락 속에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덕 윤리학’을 구해냈다. 비트겐슈타인의 중요한 유산인 ‘철학적 탐구’ 등도 앤스콤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앤스콤의 위대함은 비트겐슈타인에 비해 과소 평가되는 감이 있다. 서양철학사가 오랫동안 남성 철학자의 생각과 관점, 희망과 두려움에만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일 테다. 책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의심이 극에 달했던 2차 세계대전 시기 인간 삶의 의미와 도덕을 되묻는 ‘형이상학’을 다시 사유의 중심으로 가져온 이들 여성 철학자의 삶과 사유를 되돌아본다. 앤스콤, 풋, 아이리스 머독, 메리 미지리 등 4명의 여성 철학자는 전쟁으로 남성들이 떠난 1939년 영국 옥스포드 캠퍼스에서 만나 매일 얼굴을 맞대며 진리와 의미에 대한 끝없는 토론을 이어갔고 20세기 철학의 물줄기를 형이상학쪽으로 다시 틀었다, 저자들은 방대한 서신과 자료를 뒤져 현대 지성사에서 지워졌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해 낸다.

책은 과학·기술 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 ‘인간다움’을 묻는다는 점에서도 유효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윤리와 동물권 등 현대 철학의 화두가 이들의 사유에 담겼다. 미래를 살아갈 철학적 사유의 힘이 궁금하다면 이들과의 대화에 어울려보자. 2만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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