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시기 임명된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헌법존중 TF 구성 등의 사안을 놓고 위원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내부 갈등까지 드러나는 모양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김용원 상임위원은 차별적 발언과 윤 전 대통령 옹호 등 잇따른 논란으로 대내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각각 지난해 9월과 2023년 2월 임명됐다. 특히 인권위가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의결한 점이 논란의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2월 전원위원회에서는 김 상임위원 주도로 해당 안건이 상정·의결됐다.
지난달 28일에는 ‘미결수 인권 보장’을 이유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수감된 구치소 방문조사를 의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석방 권고를 할 의도가 보이는 인권위답지 않은 조직 사유화”라고 질타했다. 5일 인권위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안 위원장에게 “12·3 비상계엄 조치가 위헌이냐”고 따져 물었으나 안 위원장은 “대통령 탄핵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위헌 여부에는 답을 피했다.
두 사람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상임위원은 자신을 향한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바퀴벌레에 물린 정도의 귀찮고 성가신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의 인권위 긴급구제 조치 및 진정을 기각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안 위원장은 과거 차별금지법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을 제약한다”며 인권위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았다.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두고도 “대체복무제는 병역기피자의 급증을 초래하고 군 전투력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보수적 관점을 드러냈다.
비판은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임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사무총장 등 28명은 20일 성명을 내고 안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26일에는 인권연구자 700여명이 “더 이상 안 위원장 체제에서 인권위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윤 전 대통령) 방어권 통과가 인권위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결정으로 남게 된 이후에도 인권위는 인권위다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창설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내부 갈등 역시 깊어지고 있다. 인권위는 2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공직자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는 ‘헌법존중TF’를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 김 상임위원은 이를 ‘헌법파괴 TF’라며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날을 세웠고 이숙진 상임위원은 “위헌적 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명백하게 기여했다면 그로 인한 징계는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표결 과정에서는 안창호 위원장과 강정혜·김용직 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안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의 임기는 각각 2027년 9월, 내년 2월까지다. 안 위원장은 “모든 국민의 인권을 위해서 인권위 독립성을 위해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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