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집요하게 달라붙어라 : 찰스 베인 & 래리 엘리슨 [허두영의 해적경영학]

허두영 한국과학언론인회 회장

사면을 거부하고 끝까지 저항한 해적의 표본으로 꼽히는 찰스 베인. /출처=위키피디아




1718년 7월 영국 왕 조지 1세는 신대륙 항로를 위협하는 카리브해의 해적을 진압하기 위해 사면령을 내렸다. 당시 바하마 나소(Nassau)에서 ‘해적공화국’(Republic of Pirates)을 무대로 해적들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다. 이 때 해적공화국의 우두머리 벤자민 호르니골드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해적이 사면을 받고 해적 생활을 청산했다. ‘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도 사면을 받아들였다가 다시 해적으로 복귀했다. 처음부터 사면을 거부한 거의 유일한 해적이 바로 찰스 베인이다.

조지 1세의 명령을 받고 새로운 총독이 부임하는 날, 찰스 베인은 배 한 척에 불을 질러 나소 항구로 들어오는 총독의 함대로 밀어 보냈다. 사면을 거부하는 노골적인 신호다. 한 술 더 떠 바로 주변에서 프랑스 함선을 약탈한 뒤 불을 질러 가라앉혔다. 한 마디로 ‘엿 먹어라’는 도발이다. 베인의 해적질은 늘 불과 연기로 가득했다. 사방팔방에 불을 지르고 화약을 터뜨려 겁을 주면서, 분노와 광기로 가리지 않고 노략질하는 전형적인 해적이다.

총독과 해적사냥군들이 포위망을 좁혀 오자, 베인은 상선을 하나 장악한 뒤, 해군이 다가오자 부하들을 약탈당한 불쌍한 선원인 것처럼 행세하게 했다. ‘선원’들이 작전대로 거짓 정보를 흘리자 해군이 엉뚱한 곳으로 뱃머리를 돌리면서, 베인은 기민하고 대범하게 항구를 빠져나갔다. 단순한 무력뿐 아니라 정보전과 기만술에 두루 능통했으며, 부하를 따르게 만드는 리더십도 탁월했다.

총독이 부임하는 날 불을 붙인 화약선을 띄워 보내 조롱하는 찰스 베인의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영리한 만큼 무리한 전투를 피하려 한 게 문제였을까? 1718년 11월 카리브 해의 윈드워드 해협에서 프랑스 군함과 마주쳤을 때, ‘캘리코 잭’ 존 래컴이 부추긴 부하들의 반란으로 겁쟁이로 몰려 배에서 내렸다. 작은 해적질을 계속 하던 그는 이듬해 폭풍으로 무인도에 고립됐다가 발견되어 자메이카로 압송됐다. 1720년 베인은 교수형을 선고받고, 포트로열 항구에 매달렸다. 그는 눈 가리개를 거부하고 당당하게 최후를 맞았다. 향년 40세.

찰스 베인의 강경한 해적질은 ‘오라클’(Oracle)의 래리 엘리슨의 저돌적인 경영과 닮았다. ‘오라클’이 장악한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시장에,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NT에서 작동하는 SQL 서버 7.0을 앞세우고 쳐들어왔다. 엘리슨은 ‘마이크로소프트’를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장난감 같은 SQL 서버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주면 1000만 달러(약 140억 원)를 주겠다고 도발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독설가다.



반항적인 기질도 비슷하다. 영국 해군의 해적 소탕작전을 조롱하듯 약탈을 서슴지 않던 베인처럼, 엘리슨도 경쟁사가 점점 커지자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시장을 장악해 버렸다. 2000년대 초 ‘피플소프트’(PeopleSoft)가 M&A로 몸집을 키우자, 엘리슨은 아예 ‘피플소프트’를 삼키기로 작정했다. ‘피플소프트’를 뒤흔들며 집요하게 법정 투쟁을 벌인 엘리슨은 2005년 103억 달러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기업 M&A 역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호전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적과 같은 경영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 래리 엘리슨. /출처=위키피디아


정보전과 기만술도 악명이 높다. 엘리슨은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인수를 제안한 뒤, 다른 정보를 흘려 이사진을 이간질하면서 집요하게 ‘피플소프트’를 괴롭혔다. 미국 법무부를 움직여 ‘마이크로소프트’에 반독점 소송을 걸면서, 엘리슨은 사설 탐정을 써서 마이크로소프트 거래처의 휴지통까지 뒤지면서 법정에서 시비를 걸었다. 경쟁사 휴지통까지 헤집는 악랄한 경영자로 낙인 찍혔지만,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고 끝까지 강변했다.

‘실리콘밸리의 사무라이’라는 별명을 좋아하는 엘리슨은 해적이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 “나는 성공에 필요한 모든 단점을 다 가지고 있다”(I have had all the disadvantages required for success)는 것이다. 사생아부터 가난까지 겪은 역경들이다. 그는 스스로 해적이라고 밝혔다. “나는 해적이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 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다”(I‘m a pirate. I always have been. I always will be). 누구를 롤모델로 삼았을까?

서경I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