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거점을 두고 국내에 ‘분점’ 형태의 조직을 구성해 2년간 우리나라 국민 1000여 명으로부터 120억여 원을 뜯어낸 국내 최대 규모의 스미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조직은 중국 국적 조직원을 국내 총책 신분으로 파견까지 하며 일명 ‘부고장·청첩장’ 사기를 자행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1대는 국내 최대 규모 스미싱 조직의 국내 총책인 중국 국적의 A 씨 등 13명을 검거해 이 중 4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경찰은 전국 수사 관서에 접수됐지만 미제로 남겨진 사건 900여 건이 해당 조직의 범행에 따른 사건이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들은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사기 범죄 활동을 벌일 목적으로 A 씨를 파견해 조직을 구성했다. A 씨는 국내로 들어온 직후 중국에서 알던 지인들을 규합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비대면 본인 인증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우선 비대면 본인 인증의 핵심 수단인 피해자 명의의 휴대폰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해 피해자의 휴대폰 권한 확보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악명을 떨쳤던 ‘청첩장 왔어요’ 방식이 사용됐다. 이들은 “조○○의 자식이 11월 10일 사랑으로 하나가 돼 한 길을 가고자 한다”는 청첩장 형식의 문자나 “아버지께서 별세하셨다. 빈소 위치는 아래와 같다”는 내용의 부고 문자 하단에 악성 앱 링크를 첨부해 클릭을 유도했다. ‘정부24’로 통합되기 전 민원 처리를 담당하던 홈페이지 ‘민원24’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해 가짜 분리수거·주차비 미납 과태료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들이다.
악성 앱이 설치되는 순간 피해자 휴대폰의 권한을 확보한 이들은 피해자 명의로 알뜰폰 유심을 무단개통했다. 이후 위조된 신분증 등을 이용해 마치 피해자가 직접 접속하듯 모바일뱅킹 앱 접속 인증 절차를 유유히 통과해 자산을 자신들이 보유한 통장으로 빼내 범행을 완성시켰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000명 이상이며 피해액은 1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일 스미싱 조직이 벌인 국내 최대 규모의 사기 피해액에 해당한다. 계좌 탈취 피해자 중 82%, 휴대폰 개통 피해자 중 86%가 디지털 기기 보안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다.
경찰은 피해자 명의의 휴대폰과 CCTV 등을 추적해 수도권에 소재한 아웃렛 주차장에서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해 잠복 수사를 벌이던 중 차량 내에서 신분증 위조, 공기계 유심 장착 후 금융기관 앱 침입 등을 하고 있던 피의자들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차량에서는 수십 대의 휴대폰 공기계와 다수의 위조 신분증, 범죄수익금 현금 4500만 원이 발견됐다. 경찰은 해외 총책 2명도 특정해 인터폴 적색 수배 조치를 하는 한편 중국과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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