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규제지역 지정 영향 등으로 국내 공인중개사 숫자가 5년 2개월 만에 11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또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 5명 가운데 1명만 실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0만 9979명으로 집계됐다. 공인중개사 수는 2020년 8월(10만 9931명) 이후 5년 2개월 만에 11만 명을 밑돌게 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가 55만 1879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19.9%가량만 실제 영업을 하는 셈이다.
공인중개사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의 초강력 규제 대책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 들어서만 6·27 대출 규제와 10·15 규제 대책 등 2차례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6·27 규제로 인해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 원으로 제한됐고, 10·15 규제로 인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 등이 ‘3중 규제’ 지역에 묶이게 됐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규제와 더불어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적용받으면서 세입자와 계약이 상당 기간 남은 물량 등은 현실적으로 매매가 어려워졌다. 이에 소유자가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수도권 내에서 ‘매물 잠김’ 현상이 확연해졌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주택 매매 시장과 임대차 시장의 거래량이 줄면서 공인중개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폐·휴업 공인중개사가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보다 많은 현상은 2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줄기 시작한 2022년 하반기부터 이 같은 현상이 본격화했고, 이후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 수는 올해 8월(583명) 협회가 2015년 중개사 개·폐·휴업 현황 집계를 시작한 이래 월간 역대 처음으로 6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 9월(666명)과 10월(609명)에도 600명대에 그쳤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수도 감소 추세이다. 지난해 10월 시행한 ‘제35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응시자는 총 14만 8004명으로, 2016년(18만 3867명) 이후 8년 만에 20만 명을 밑돌았다. 역대 최다 응시자를 기록한 2021년(27만 8847명)과 비교하면 13만 명 넘게 줄었다. 이날 발표한 올해(제36회) 공인중개사 최종 합격자는 1만 686명으로, 2014년(8956명)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었다.
공인중개사협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무소도 월 임대료 등을 감당하려면 최소 월 1회 이상의 주택 매매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규제지역 지정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공인중개사가 유지비도 감당하기 어려워 공인중개업소의 폐업 사례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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