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는 짧은 시간 동안 압축 성장을 거듭해왔다. 남녀 투어 선수들의 실력은 이제 세계 정상급이다. 골프용품계에도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회사들이 하나둘 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주요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K-골프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1년 사이 거래처는 5배, 매출은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국내 기술력으로 수제 퍼터를 제작하는 골드파이브는 2021년 론칭한 신생 브랜드지만 성장 속도가 무섭다. 올 8월엔 날개까지 달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골드파이브 퍼터를 선물한 것이다. 당시 전달한 퍼터에 ‘한국의 미’가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골드파이브 퍼터는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골드파이브에서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이종성 공동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이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영업 부서 직원들이 세일즈를 할 때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죠. 예전에는 우리 브랜드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거래처와 매출이 크게 늘면서 계획도 대폭 수정했어요. 생산량을 늘린 것은 물론 내년 출시 예정인 모델을 조기에 내놓으면서 고객 선택 폭을 넓혔습니다.”
첨단 제작 설비와 기술력이 성장 원동력
골드파이브가 유행에 민감한 퍼터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던 비결에는 탄탄한 밑바탕이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제 퍼터 전문가인 이 대표는 1997년 골프계에 발을 들인 후 2011년부터 퍼터 유통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롯데 에비뉴엘 잠실점에 국내 최초의 명품 퍼터 편집숍 ‘퍼터갤러리’를 내고 티피밀스, 베티나르디, 피레티, 야마다, 바이런모건, 타이슨램 등 명품 퍼터를 취급했다. 그러다 ‘내 브랜드’를 가져야겠다는 일념으로 약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0년 경기도 안산에 공장을 설립하고 이듬해 골드파이브를 선보였다.
이 대표는 제작 설비나 팀 구성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고 자부한다. “고가의 CNC(컴퓨터수치제어) 밀링 머신 4대를 포함해 설비에 30억 원을 투자했죠. 미국에서도 디자인, 설계, 밀링, 연마, 피니시, 도색, 조립에 이르는 전 공정을 직접 수행하는 업체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에요. 국내에서는 저희가 유일합니다.” 퍼터 헤드 하나 가공에 필요한 쇠가 보통 600g인데 이 대표와 설계팀은 브랜드 론칭에 앞서 7~8톤을 깎아가며 준비했다.
골드파이브 제작 시스템의 우수성 중 하나는 ‘싱글 지그 프로세스’다. 지그(jig)는 밀링하는 통쇠를 고정하는 장치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퍼터를 가공할 때 5~6개의 지그를 사용한다. 이에 비해 골드파이브는 지그 1개만 사용한다. “공정마다 쇳덩어리를 여러 지그에 옮겨가면서 고정하다 보면 오차가 생깁니다. 처음엔 미세한 오차지만 누적이 되다 보면 나중엔 최대 0.5mm까지 커져요. 그러면 연마 등 후가공을 그만큼 많이 할 수밖에 없고 정밀도가 떨어지죠. 저희가 싱글 지그 프로세스를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243가지 옵션 패스트 피팅 키트…“카메론도 엄지척”
골드파이브는 매년 1월 말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골프용품 전시회인 PGA 용품쇼에 2023년부터 단독 부스를 마련해 참가하고 있다. “올 초에 제로 토크 퍼터를 들고 나갔을 때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퍼터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선수, 티칭스쿨 코치들도 저희 부스를 방문해 제로 토크 퍼터나 패스트 피팅 키트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지요.”
패스트 피팅 키트(Fast Fitting Kit)는 골드파이브가 2024년 출시한 것으로 골퍼의 몸에 딱 맞는 최적의 퍼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다. 단순한 샤프트나 그립 교환을 넘어 로프트, 라이각, 무게의 3요소를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네크 스타일과 샤프트 길이도 선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비슷한 피팅 키트를 보유한 브랜드도 있지만 우리는 경쟁업체들에게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무려 243가지나 된다”며 “PGA 용품쇼 때 (퍼터 명장으로 평가받는) 스코티 카메론도 우리 패스트 피팅 키트를 보더니 대단하다며 엄지를 들어보였다”고 말했다.
골프업계에서 약 20년 동안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하던 백영길 공동대표가 골드파이브 합류를 결정한 것도 올해 PGA 용품쇼에서였다. 백 대표는 “잠깐 일을 도와주러 갔는데 업계 관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고서 마음을 굳혔다”고 되돌아봤다. 백 대표의 내년 PGA 용품쇼에 대한 기대는 벌써 높다. “브랜드 인지도가 1년 사이 크게 올라간 만큼 이번에는 좀 더 준비를 해서 나갈 예정이에요. 패스트 피팅 키트에 대한 반응도 이전보다 훨씬 뜨거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현재 골드파이브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태국,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에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백 대표는 “첫 수출을 시작한 게 2023년 가을이고 현재 하나씩 넓혀가고 있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프리미엄 라인과 퍼터 피팅에 관심 있는 해외 바이어들과 접촉점을 늘리면서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우리 브랜드의 발전 가능성이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모든 직원들이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PGA 투어서 골드파이브 퍼터 우승하는 날 기대”
골드파이브 퍼터의 모델명은 저스틴, 마크, 조, 스티브 등이다. 이 대표는 “모두 생산 개발팀 직원들의 영어 이름이다”라며 “이는 ‘장인 한 사람이 자신의 제품에 대해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념의 표시”라고 했다.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라이언 모델이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평소에는 제로 토크 라인인 스티브가 잘 나갔다고 한다. 라이언은 공장장, 스티브는 생산 1팀장의 영어 이름이다.
이종성 · 백영길 공동대표는 향후 목표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조만간 해외 골프 관련 매체들이 퍼터를 소개할 때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해요. PGA 투어 대회에서 저희 골드파이브 퍼터가 우승하는 날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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