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내년 4월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며 이후 시 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큰 그림(big picture)’을 볼 수 있게 됐다고도 언급해 내년 양 정상의 셔틀외교를 계기로 관세·수출통제·대만·안보 분야에서 ‘빅딜’이 성사될지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시 주석과의 통화 소식을 알리며 “시 주석이 내년 4월 나를 베이징으로 초청했고 이를 수락했다”며 “시 주석은 내년 중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손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성사 시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11월 이후 8년 5개월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는 3주 전 한국에서의 매우 성공적인 회담의 후속”이라며 “그때 이후로 양측은 우리의 합의를 정확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또 “우크라이나, 러시아, 펜타닐, 대두와 기타 농산물 등을 포함한 많은 주제를 논의했다”며 “우리와 중국과의 관계는 극도로 강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큰 그림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언급해 내년 미중 상호 방문을 계기로 빅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合則兩利)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鬪則俱傷)는 것은 실천을 통해 반복 증명된 상식으로, 중미의 상호 성취 및 공동 번영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현실”이라고 화답했다. 또 “양국은 이 추세를 유지하고 올바른 방향을 견지해 협력 리스트를 늘리고 문제 리스트를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빅딜 내용으로는 완결된 형태의 무역 협상 타결이 거론된다. 현재 양측은 고율 관세 부과 시점을 계속 유예하고 있다. 또 중국이 1년 유예한 희토류 수출통제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등의 일괄 타결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안보 분야에서도 대만 문제를 비롯해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마련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핵군축 협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러시아와 핵군축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 같은 ‘해빙 무드’는 양국의 내부 사정을 고려하면 미중 모두에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과 같은 지지층 표를 갉아먹을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올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시 주석 역시 2027년 4연임을 앞두고 실업률 증가, 부동산 침체 등의 경제적 어려움이 사회·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미중 통화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관련 입장을 탐색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부산 정상회담이 경제 문제에 집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떠보려 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만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것은 전후 국제 질서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곧 이어 “중미는 일찍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파시즘·군국주의에 맞서 싸웠고 현재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더 잘 수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일본에 맞서 싸웠던 2차 대전을 언급하며 미국과 일본의 사이를 거리를 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통화 결과를 적은 트루스소셜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미 정부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의 대중 수출 허용 문제를 검토 중인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과 국가 안보 사이 긴장이 있다”며 결국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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