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던 라덕연 전 호안투자컨설팅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8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검찰이 증거 부족으로 입증에 실패하면서,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혐의 중 약 3분의 2가 무죄로 판단된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라 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과 벌금 1465억1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1815억여 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범행으로 장기간 큰 폭으로 부양된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해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고, 범죄수익을 다양한 방식으로 은닉했다”며 “라씨는 범행 전반을 스스로 계획하고 주도했으며, 시세조종 규모와 액수도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 중 적지 않은 부분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점, 상당 부분 범행에 대해 죄책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시세조종 혐의를 유죄로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라 씨 측이 “조직의 일임 투자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28명 가운데 16명을 투자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조직 내부 자료를 보더라도 투자 사실을 확인할 만한 뚜렷하고 객관적인 내용이 없다”며, “검사에게 여러 차례 이들을 투자자로 특정한 경위와 근거 자료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청했지만, 객관적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명의로 시세조종성 주문에 활용됐다고 본 151개 계좌 중 136개도 시세조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판부는 “내부 자료와 증권사 자료가 다른 136개 계좌는 조직이 위임받아 투자한 계좌와 증권사가 달라 명백히 다른 계좌로 구별된다”며, “투자자나 조직원들이 라씨 조직이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를 알게 될 경우, 위임 없이 독자적으로 투자할 유인 동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장외 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은 시세조종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 제176조에 따라 시세조종 대상 범위는 상장증권과 장내 파생상품으로 한정해야 하고, 형벌법 해석 원칙에 따라 확장하거나 유추해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라씨와 조직원들은 2019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자금으로 상장기업 8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해 총 730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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