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아졌다. 중국 경제는 저성장에 빠져든 반면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며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21일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1.83%대로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연 1.84%대)보다 낮아졌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9월 이후 두 나라의 10년 만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국채 시장의 벤치마크(기준)다. 앞서 30년 만기와 2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일본이 중국보다 높아졌는데 역전 현상이 10년 만기 국채로까지 확산한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두 달 넘게 저점 부근에서 횡보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기대에 못 미치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로 자금을 옮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국가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채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로 인해 양국 간 금리 격차는 역대 최소 수준으로 좁혀지며 사상 최초의 금리 역전까지 이어졌다.
중국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전은 정반대로 향하는 양국의 경제 상황을 극명히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이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반면 중국은 부동산 침체, 내수 부진, 수출 둔화 등이 겹치며 과거 일본과 비슷한 장기 침체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 전문가들은 양국의 국채금리 역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제로 코로나19 정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은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이후 성장률 목표를 순차적으로 낮춰 2012~2014년 7.5% 안팎에서 현재는 5%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8%, 2026년은 4.2%로 예상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은 이제 중국이 일본이 한때 겪었던 장기 침체 역할을 넘겨받는 반면 일본은 수십 년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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