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마약이 들어 있지 않은 상자라도 이를 ‘마약이 든 물건’이라고 믿고 수령했다면 마약 불법거래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향후 ‘드라퍼(국제우편 수거책)’ 범죄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장난감이 들어 있던 국제우편물 상자를 ‘마약이 든 물품’이라고 믿고 수거한 정 모 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
정 씨는 해외 판매상의 지시에 따라 2024년 7월 안산에서 국제우편 상자를 받아 이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관은 이미 상자 내부의 마약을 적발해 제거하고 장난감을 넣어둔 상태였지만, 정 씨는 이를 마약이 든 상자라고 인식한 채 소지한 것으로 인정됐다. 1심은 징역 3년을 선고했고, 2심도 이를 유지했다.
쟁점은 특례법 제9조 제2항의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소지한 경우”가 실제 마약이 없더라도 성립하는지, 또 ‘그 밖의 물품’의 형태·성질이 법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법 문언 어디에도 물품의 외형이나 성질을 조건으로 둔 부분은 없다”며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어 “마약 범죄는 대부분 상자·포장재 내부에 감춘 상태로 유통된다”며 빈 상자라도 피고인이 ‘마약이 든 물건’이라고 믿고 받았다면 행위의 위험성과 처벌 필요성이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해당 조항을 둘러싼 첫 판시임을 분명히 하며 법리적 의미를 강조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특례법 제9조 제2항의 ‘약물 또는 그 밖의 물품’에는 어떤 물품이든 포함되며, 실제 마약 유무가 아닌 ‘마약으로 인식한 상태’가 범죄 성립 판단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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