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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에는 코인이 제일"… 가상자산 몰수액, 2년만에 1519% ↑

[범죄 지갑이 된 코인] < 상 > 검은돈의 은신처로 전락

올 1344억 압수…1년간 715% ↑

환치기 형태로 자유롭게 입·송금

'변방 취급' 세탁책 몸값도 치솟아

경찰, 148명 규모 전담대응팀 편성

시세 변동 대응할 보호대책 미비

해외거래소 협조 어려운 경우도





범죄 금융 생태계 속에서 가상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파른 추세로 늘어나고 있다. 경찰이 전력 대응을 하며 올해 가상자산 몰수·추징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범죄 조직들은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은 채 불법 ‘환치기’ 형태로 자유롭게 국내외 송금을 하며 범죄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 들어 9월까지 범죄에 연루돼 몰수·추징한 가상자산은 134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경찰이 한 해 동안 거둬들인 금액 83억 원 대비 1519%가량 증가했으며 지난해 기록한 165억 원과 비교해도 715% 늘어난 수준이다. 보이스피싱이나 리딩방·로맨스스캠 등 범죄 금융 생태계 전반에서 가상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경찰이 기소 전 몰수·추징한 범죄 수익금 1조 2684억 원 중 가상자산은 1.3%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체 5296억 원 중 25.3%를 차지했다.



범죄 조직들이 가상자산을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고 해외로 반출하는 ‘환치기’ 형태로 범죄 수익 세탁에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이나 프놈펜 등에 소재지를 두고 단지 단위로 우리나라 국민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등 사기 행각을 벌이다 대대적인 단속으로 검거된 범죄 조직들이 가상자산을 자금세탁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유통된 대포통장에 입금된 피해 금액을 세탁책인 국내 조직폭력배들이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수수료를 제한 뒤 이를 전자지갑을 통해 해외 범죄 조직으로 송금한 것이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배후로 지목된 현지 대기업 프린스그룹이나 자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세탁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후이원그룹이 융통한 일부 범죄 자금 역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금융범죄 수사 전문 경찰관은 “가상자산은 발행 자체가 쉬워 종목도 다양하고 초국경 형태로 거래하기 때문에 추적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최근에는 인증받지 않은 사설 거래소를 2~3차례 거쳐 세탁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며 “여기에 익명성은 확보해주면서 인출은 손쉽게 만든 가상자산 환전기(ATM)까지 확산하고 있어 수법이 더욱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과정에서 자금세탁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변방’ 취급을 받던 세탁책들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통상 자금·인출·대포통장·모집·세탁 등 각자 역할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소규모 조직들의 집합체로 운영되는 범죄 조직 내에서 세탁 조직의 몸값이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에관한특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범죄 조직원 A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며 “피해금을 코인으로 환전해 해외 총책에게 송금해주는 역할은 보이스피싱 구조상 범죄 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부분으로서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범죄 수익 세탁에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경찰은 자금 추적을 통해 확인된 범죄 수익 또는 피의자 소유 재산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을 전담하는 148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전국 시도 경찰청에 설치하며 대응에 나섰다. 해당 팀은 △범죄 수익 추적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업무를 전담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서울이 22명으로 인원이 가장 많다. 그 뒤를 이어 경기남부청이 21명 규모의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과 인천·경기북부·경남 또한 각 11명씩 수사팀을 두고 있다. 보전 금액은 서울이 371억 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설명


◇판결 전엔 처분 못하는 코인, 가치 폭락하면?

문제는 수사기관이 자금 추적 과정에서 거둬들이는 가상자산 범죄 수익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법원 판결 확정 전까지는 처분하기 어려워 피해자 구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시세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과 미비한 제도 사이에서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사 단계에서 범죄 수익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이라도 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매각 등 처분을 할 수 없다. 형이 확정돼 몰수·추징 집행 단계에 들어가야 비로소 환가(현금화) 처리를 할 수 있다. 이에 압수 및 동결 시점과 형 집행까지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동안 시세가 출렁이더라도 이를 방어할 실질적인 제도 장치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해외에 기반을 둔 가상자산 범죄는 환수 난도가 훨씬 높다. 최근 캄보디아·필리핀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둔 한국인 대상 신종 금융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범죄 조직들은 더욱 교묘하게 해외에서 거래소·지갑으로 분산해 은닉하고 있다. 범죄 수익은 통상 한 번이 아닌 수차례 ‘세탁’을 거치는 경우도 많아 추적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범죄 단서를 파악하더라도 해당 국가와 공조가 쉽지 않은 데다 확보했다고 해도 판결 확정 전까지는 가치 폭락이나 상장폐지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해외 거래소 중에는 한국 법원의 보전·압수 결정에 응할 이유가 없어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는 경우도 많아 수사기관이 난처해지기 일쑤다. 통상 경찰은 수사 단계에서 가상자산이 범죄 수익으로 추정되는 단서를 파악하면 거래소에 거래 동결을 요구하지만 해외 거래소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사실상 다 잡은 범죄 수익금이 다른 거래소로 송금돼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시세 변동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상 범죄로 의심되는 경우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를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판결 확정 전이라도 예외적으로 일정 요건 하에 매각을 허용해 현금화하거나 국가가 가치 하락 위험을 담보해주는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 수익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수사와 환수 절차 관련 체계를 세밀하게 정비해야 한다”며 “시세 변동으로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줄어드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세탁에는 코인이 제일"… 가상자산 몰수액, 2년만에 1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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