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주택 규제와 건설 경기 부진, 중대재해 리스크 등 삼중고에 휩싸인 대형 건설사들이 3분기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도체 공장과 플랜트 등 고난도 현장에 집중한 건설사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증한 반면 주택 의존도가 높은 대다수의 건설사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0대 대형 건설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총 매출액은 28조 150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0조 4027억 원) 대비 7% 감소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10개사 중 7개사의 매출이 감소했다. 우선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2% 하락한 가운데 △삼성물산(-31.1%) △대우건설(-21.9%) △한화 건설부문(-18.1%) △현대건설(-5.2%) △HDC현산(-3.3%) △DL이앤씨(-0.6%) 등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공사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정비 사업이 지연되고 지방 부동산이 침체되면서 분양 물량 중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며 “중대 재해 리스크로 수백 여개에 달하는 대형 건설사의 현장 공사가 중단된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오른 곳은 3개사에 불과했다. SK에코플랜트가 전년 동기 대비 64.9% 상승한 가운데 △GS건설(3.2%) △롯데건설(3%)도 상승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3%로 반 토막 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와 올해 수주가 많은 만큼 내년부터 다시 안정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일시적인 공사 중지 여파로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2004억 원)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에 662억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실적 감소다. 또 △현대건설(-9.4%) △대우건설(-9.1%) △롯데건설(-1.7%) 등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승세를 보인 곳은 SK에코플랜트와 GS건설 두 곳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분기에 67억 원의 영업적자를 보인 후 올해에는 1574억 원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 GS건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818억 원에서 올해 1484억 원으로 81.4% 늘었다. 이들 건설사의 공통점은 비주택 공사 현장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비주택 현장은 기술력이 필요해 입찰 경쟁이 덜한 데다 주택처럼 인허가 지연이나 민원 등으로 인한 공기 지연 및 원가 상승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공장 및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프로젝트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사업 매출 실적이 지난해(4288억 원)보다 10배 넘게 증가한 4조 7000억 원에 달했을 정도다. GS건설도 인프라 및 플랜트 사업 본부 이익률 정상화가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에서 건축 및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66.8%에서 57.4% 감소한 반면 인프라·플랜트와 해외 실적이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 개발 사업에서의 준공 이익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앞으로 주택 부문이 아닌 국내 인프라나 해외 수주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 관련 리스크 등으로 안전 관리비 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건설 경기 부진과 각종 산업 재해 리스크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수주 등 특정 수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앞으로 수익성을 담보로 한 선별 수주의 고삐를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대건설은 플랜트나 해외 인프라 등 품질 중심 수주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와 대형 원전 4기 건설에 대한 기본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내년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내년에 미국 원전 수주에 성공할 경우 60조 원 이상의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롯데건설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롯데건설은 개포우성4단지와 성수 4지구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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