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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단협 반년 걸리는데…" 다중교섭 체제에 노사 모두 반발

■노조법 시행령 입법예고…대혼란 불가피

노동위가 직무따라 교섭단위 분리

하청노조가 '대표' 될 가능성 없어

노동계 "노노갈등 우려, 폐기를"

사측도 "수백개 노조와 협상할 판"

노동부 "현장 의견 수렴해 보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도 자동차 노사는 반년을 협상에 매달리고 있는데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협력 업체까지 협상 범위가 확대되면 (교섭)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대기업 노무 관계자)

정부가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마련한 ‘원·하청 노사 교섭 절차(노조법 시행령 개정안)’를 두고 노사 현장의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절차에도 ‘교섭 창구 단일화’나 ‘교섭 단위 분리 제도’와 같은 법 시행 이전 제도를 그대로 가져왔다. 이로 인해 노사 모두 원·하청 노사 교섭이 크게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 제대로 된 입법 준비 없이 성급하게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양경수(앞줄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동부가 발표할 개정 노조법 시행령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24일 발표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안은 교섭 창구 단일화와 교섭 단위 분리제도 활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원·하청 노조는 두 제도에 따라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하청 노조별 단위 등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는 이 방식이라면 원청 사측이 수많은 하청 노조와 개별 교섭을 해야 한다는 노란봉투법 시행 우려가 한층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노동위원회가 노조 교섭 단위를 나누고 교섭 대상 여부를 판정하는 역할을 맡아 노사 간 법정 다툼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동시민단체는 이날 개정안을 폐기하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선 교섭 창구 단일화를 원·하청 노사 교섭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수 노조 사업장에서 하나의 교섭 대표 노조를 선정하는 창구 단일화가 이뤄지면 하청 노조가 대표 노조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대로라면 하청 노조끼리 다시 창구 단일화를 해 교섭 대표 노조를 정해야 한다. 노동계는 이 과정에서 하청 노조 교섭력이 크게 약화되고 노조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청 교섭 부담을 낮출 교섭 단위 분리제도는 원·하청 교섭의 핵심 기제로 활용될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학계에서도 제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제도는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가 있을 경우 창구 단일화의 예외 조치로서 활용돼왔기 때문이다. 창구 단일화가 대전제인 현행 교섭 체계에서 이 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배경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은 교섭 창구 단일화를 형해화한 것과 다름없다”며 “예외 제도인 교섭 단위 분리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개정안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리적으로 창구 단일화 절차를 여러 개의 하청 사업과 원청 사업 내 복수 노조에 강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이 없었을 때보다 (교섭 절차가) 훨씬 더 복잡해진 것은 하청 노조에 법 개정에 대한 의문을 만들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경영계도 교섭 단위 분리제도 적용이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정안을 통해 원·하청 노조가 나뉘는 것처럼 기존 원청 노조의 교섭 분리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시행령에는 교섭 단위 분리에 원·하청이라는 단어가 없다”며 “시행령만 보면 원·하청 분리가 아니라 원청 내 복수 노조에 대해서도 분리 대응해야 할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단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직접 고용 관계가 있는 원청 노사 관계에서 노조 분리는 법원에서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원청 노조 교섭 단위 분리까지) 열어준다면 사실상 교섭 창구 형해화”라며 분리제도가 원·하청 노조 관계에만 선별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개정안이 노란봉투법이 만든 하청 노조와의 교섭 부담을 크게 낮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교섭 단위가 나뉠수록 각 기업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현재보다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은 매년 임단협을 시작하면 최소 5월부터 길면 10월까지 협상이 이어질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섭 단위 분리와 단일화 등에 시간이 허비되면 언제 노사 교섭을 마무리하겠느냐”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노사 혼란은 지침과 매뉴얼을 두고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발표될 지침과 매뉴얼에는 어떤 원청 사측이 하청 노조와 교섭 의무가 있는지, 노동쟁의 범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등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될 노란봉투법 쟁점들이 담긴다. 하지만 지침과 매뉴얼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김 장관은 “노사 관계는 노사 자치의 원칙에 따라 노사 스스로 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교섭 창구 단일화는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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