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임금이 높을수록 남편의 육아·가사 시간이 늘고, 남편이 일찍 퇴근할수록 아내의 가사 부담이 줄어든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최연교 통화정책국 팀장은 24일 '한은 소식' 기고문에서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의 2019년 생활시간조사 미시데이터를 활용해 맞벌이 1000여 가구의 생활 패턴을 분석한 결과 배우자의 근무시간과, 임금 수준이 가사 노동 시간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안일은 줄었고, 배우자의 근무시간이나 임금이 높을수록 본인의 가사노동이 더 늘어나는 상호 보완적 패턴도 확인됐다. 이에 최 팀장은 “부부는 각자의 상황뿐 아니라 상대의 시간·소득까지 고려해 가사노동을 조정한다”며 “부부의 시간 자원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남편은 본인의 임금이나 자녀 수는 가사노동과 큰 관련이 없었지만, 아내의 근무시간·임금은 남편의 가사 참여를 늘리는 핵심 변수로 나타났다.
반대로 아내는 자녀 수, 근무시간, 임금 수준 모두가 가사시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남편은 생계·야근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아내는 가사·육아의 ‘최후 보루’ 역할을 맡는 전통적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아내의 임금이 상승하면 남편의 가사·육아 참여가 늘고, 남편이 일찍 퇴근할수록 아내의 가사시간이 줄어드는 관계에 주목했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 임금이 남성의 약 70% 수준(OECD 최하위권)인 만큼, 임금 격차가 완화되면 가사 분담이 더 평등해지고 출산율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팀장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을수록 오히려 출산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충분한 소득은 돌봄·가사를 외부에 맡길 수 있게 해 시간 제약을 완화하고, 일·육아 병행을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가·취미를 중시하는 MZ세대일수록 가사와 돌봄 부담이 한쪽으로 심하게 쏠릴 경우 출산 의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은 현실의 갈등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한 30대 맞벌이 부부의 사연과 함께 '집안일 비중' 논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집안일 반반해야 됨?"이라는 게시글 작성한 남편은 공기업 재직 중으로 연봉 5500만원이며 당시 9000만원의 결혼 자금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아내 역시 사기업을 다니며 연봉 5500만원에 결혼 자금 7000만원을 마련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집안일을 힘들어하자 남편이 “집안일도 반반 해야 하냐”고 주장하며 누리꾼들 사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갈등이 불거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나도 비슷한 상황인데 화장실 청소, 음식물쓰레기는 남편이 버리는 게 좋을 듯”이라며 남편의 주장에 공감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결혼이 투자처럼 계산되는 순간 관계가 깨진다”, “결혼 자금 2000만원 더 가져왔으니 집안일 조금 덜하라는 말이 듣고 싶은 거냐”며 반박했다. “사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평생 반려자라는 생각 없이 손익만 따지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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