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AFP통신은 영국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등을 이유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F-35A’ 전투기 12대 구매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실제 스타머 총리는 ”한 세대 만에 영국의 핵 태세를 가장 크게 강화하는 것”이라며 “F-35 이중용도(핵무기도 투발할 수 있는) 전투기는 세계를 선도하는 영국 공군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고 영국과 동맹국을 위태롭게 하는 적대적 위협을 억제할 것”이라며 전술핵 무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2020년 11월 F-35A 스텔스 전투기에서 B61-12 전술핵폭탄을 투하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2024년 8월에도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이용해 전술핵폭탄 ‘B61-12’의 실전투하 시험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하는 F-35A는 영국이 이미 도입한 F-35B의 변형형이다. 재래식 무기 뿐만 아니라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 내부 무장창에 B61-12 전술핵폭탄 2발을 장착할 수 있어 유사시 스텔기 기능을 발휘하며 북한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은 채 전략 목표물에 대한 전술핵 정밀 타격할 수 있다.
‘B61-12’라는 스마트 수소폭탄이다. 꼬리 날개가 있어 목표까지 정확하게 날아가며 레이더와 GPS 등 내부 유도 시스템으로 명중률도 높다. B61-12를 1만500ft (약 3.2㎞) 상공에서 투하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42초 정도다. F-35A와 함께 ‘F-15E’ 전투기도 탑재·투하할 수 있다.
‘핵벙커버스터’라고도 불리는 B61-12(개량형 저위력 전술핵폭탄)의 폭발력은 최대 TNT 50kt(킬로톤·1kt은 TNT 1000t 위력)에 달해 벙커버스터 능력으로 지하를 관통해 들어가 폭발할 경우 지상시설들에 대해 750kt에서 1.25Mt의 수소폭탄이 지상에서 폭발한 효과를 낼 수 있다. 50kt 핵출력이면 히로시마 핵폭탄 리틀보이 4발에 해당하는 위력이다. 리틀보이는 무게 4.5t이었지만 B61-12는 무게 32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이중용도 전투기’(DCA·Dual-Capable Aircraft)로 개조해서 전술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을까.
우선 공군이 운용하는 F-35A에 전술핵폭탄을 장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핵무기 보유하고 운용하는 상황이라 이 과정에서 미국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 군은 나토 회원국들처럼 미국과 전술핵무기를 공유하는 입장이 아니다. 한국 땅에 전술핵폭탄을 다시 갖다놓기 보다는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활용한 핵 공유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무장 통합을 허용해줘야 비로소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F-35A는 미국이 핵임무 수행 능력을 공식 인증한 첫 5세대 전투기다. 영국·독일·이탈리아 등도 B61-12 통합을 염두에 두고 이미 F-35A 전력을 확충에 나서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F-35A 전환을 통해 핵임무를 자연스럽게 F-35A 중심 체제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군 안팎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가장 효과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억제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A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이중용도 전투기(Dual-Capable Aircraft·DCA)로 개조하는 것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이상규 연구위원은 ‘한반도 내 미국의 핵작전 시나리오와 CNI를 위한 그리스식 DCA 운용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제언하기도 했다. 그리스처럼 전술핵은 배치하지 않지만 재래식 무기와 핵 무기를 모두 투발할 수 있는 DCA를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압박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벨기에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5개국은 유사시 미국 핵무기를 활용하기 위해 DCA를 운용하고 있다. 5개국에는 B61 계열 전술핵폭탄 100여발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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