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가동을 멈췄던 일본의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소가 사실상 재가동 수순을 밟게 됐다. 일본 중부 니가타현이 도쿄전력 산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의 재가동 용인 방침을 밝히면서 이르면 내년 초 운전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의 첫 원전 재가동 사례가 된다. 한때 원전 54기를 모두 멈춰 세웠던 일본이 사고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도 최근 1979년 최악의 사고를 냈던 스리마일섬 원전의 재가동을 위해 운영사에 10억 달러 규모의 연방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일이 원전 사고의 깊은 후유증에서 탈출한 데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에너지 안보 대응이 시급해진 영향이 크다. 일본 정부는 올 2월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원전 의존 최소화’ 방침을 ‘원전 최대한 활용’으로 전환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안정되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은 국민 삶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라며 원전에 힘을 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제조업 육성과 AI 경쟁을 위한 전력 확보를 위해 50년가량 유지된 탈(脫)원전 기조를 뒤집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고리 원전 2호기 재가동 결정에도 불구하고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인 현 정부의 입장 때문에 ‘제2의 탈원전’ 우려가 여전하다. 원전 없이는 전력 수요 대응도,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한데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만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정작 탈탄소를 위해 필수인 ‘동해 탄소포집·저장(CCS) 실증 사업’은 예비타당성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함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한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K원전은 아랍에미리트(UAE)와 협력 확대를 약속한 데 이어 프랑스의 협력 러브콜도 받았다. 기후위기 대응과 AI 인프라 확립을 위한 전력 확보, 수출 동력 점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면 원전 활성화는 필수다. 세계적인 ‘원전 복귀’ 흐름에 역행하지 말고 소형모듈원전(SMR) 등 본격적 원전 육성으로 ‘탈원전’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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