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 열풍으로 시작된 일본 한류는 강력했다.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욘사마 팬덤’이 형성되면서 신드롬이 만들어졌고 이후 일본 한류는 드라마에서 K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류 팬은 압도적인 ‘여팬 시장’이었다. 그러나 ‘욘사마 신드롬’ 20여 년이 지난 현재 그동안 K팝에 무관심했던 남성들까지 열광하는 등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K팝 시장이 1020 여성 중심이 아닌 남녀노소로 확산되고 있는 의미있는 시그널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8일~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4세대 대표 K팝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콘서트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앙코르 인 도쿄 돔’은 특히 K팝이 여성 팬 중심에서 남성과 다양한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던 공연이었다. K팝 걸그룹의 90% 가량이 여성 팬이지만 르세라핌의 공연에서는 남성이 절반 이상인 이례적인 관경이 벌어졌다. 공연의 시작부터 남성 팬들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가 들려와 흡사 ‘군부대 공연’을 연상하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령도 1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다양했으며 모두 “K팝 걸그룹 공연을 보러 온 것은 르세라핌이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후현에서 온 모리 후키(22) 씨는 “양일 모두 갔는데 연출이 웅장하고 업그레이됐다”며 “세상에서 가장 큰 공연장에서 르세라핌과 피어나(팬덤명)가 공연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20대 남성 2명도 "멋있고 귀여운 게 다 합쳐져 있고,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아 더욱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연장까지는 오지 않지만 르세라핌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30대 이상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군마현에서 온 모토야스(50) 씨는 “아이즈원 때부터 사쿠라를 좋아해서 르세라핌 팬이 됐다”며 “이제 모든 멤버의 퍼포먼스, 곡 자체가 너무 좋고, 댄스 브레이크는 정말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여성팬이 많은 K팝 공연장과 달리 이처럼 남성 팬들의 비중이 높아진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K팝 시장이 그동안은 ‘여팬' 중심이었다면 르세라핌은 ‘남팬’까지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쏘스 뮤직 측은 “일본에서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 여성 위주의 팬덤이 남성까지 확대되는 추세”라며 “특히 르세라핌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히트곡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팬층을 빠르게 흡수해 현지에서 단기간에 메가 팬덤을 다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르세라핌의 인기는 남녀불문하고 음악,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세련된 스타일의 영향이 크다”며 “음악과 무대 외 자체 콘텐츠 등에서 보여준 끈끈한 우정과 가식없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팝뿐만 아니라 K콘텐츠 팬들이 다양해지고 있었다. 홋가이도에서 온 남성은 “K팝을 좋아해서 인터넷에서 K콘텐츠를 접하게 돼 드라마까지 챙겨보게 됐다”며 “여자 친구들만 열광했다면 이제 저희 같은 남성들도 K팝은 물론 K콘텐츠를 즐기게 됐다”고 전했다. 친구 사이로 카나가와현에서 온 미야케 하루토(남·18)와 야마가타 누이(여·19) 씨는 “친구들이랑 다 같이 왔다”며 “어른들도 르세라핌을 알고 K팝, K드라마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K드라마는 잔잔한 일상을 소소하게 다룬 일본과 달리 로맨틱하기도 하고 드라마틱한 드라마를 잘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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