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현지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튀르키예와 한국은 피로 맺어진 형제 국가”라고 평가했다.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중동 4개국을 순방중인 이 대통령이 마지막 방문국가인 튀르키예로 출발하기 전 현지 통신사 아나돌루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와 한국 군인들이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웠다는 점을 언급한 뒤 “형제국 튀르키예”라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국에게 튀르키예는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니다”라며 “한국에게 튀르키예는 혁신을 함께 이루고, 투자를 확대하며, 글로벌 수준에서 상호 경쟁력을 높여주는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가 유럽, 중동, 유라시아, 아프리카를 서로 연결하는 독보적인 전략적 위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게 튀르키예는 글로벌 차원에서 혁신과 투자, 경쟁을 함께 추구하는 전략적 파트너"라며 “양국의 강점이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튀르키예가 무인 항공 체계(무인기)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선도국 위치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살제 지난 7월 국제방위산업전시회(IDEF)를 계기로 대한항공과 튀르키예는 무인기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북 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적대와 충돌을 넘어 평화로운 공존과 공동 번영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며 “통일은 여전히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반도에서의 관계는 중대한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모든 소통 채널이 얼어붙고 신뢰가 훼손된 상황이기 때문에 대화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는 북한과 언제, 어떤 채널을 통해서 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대화의 문은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하 일문일답
-튀르키예와 한국은 흔히 “피로 맺어진 관계(혈맹)”라고 불릴 만큼 깊은 역사적 유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동맹을 더욱 심화하기 위해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과 튀르키예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운 혈맹이자, 피로 맺어진 형제 국가입니다. 튀르키예는 1950년, 한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도 전에 한국전쟁에 2만 명이 넘는 장병을 파병했습니다. 이러한 희생과 연대의 기억은 양국 사이에 깊은 신뢰와 우정의 토대를 형성했으며, 정치·경제·문화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가져오는 협력과 발전을 위한 견고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양국의 산업 구조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루며, 기술·생산·판매에 이르는 끊김 없는 공급망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첨단 기술과 정밀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튀르키예는 탄탄한 생산 기반과 우수한 시장 연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위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동 생산, 기술 협력, 인력 교육 및 훈련 교류를 포함한 여러 프로젝트를 포괄합니다. 양국 방산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알타이 주력전차 생산 프로그램입니다. 한국과 튀르키예 모두 선도적인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의 협력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계속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협력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협력의 범위를 원자력 에너지, 바이오헬스, 디지털 전환,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등 미래 지향적 산업들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넓혀 나가고자 합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의 튀르키예 시놉 원전 프로젝트 참여와 관련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원전 기술과 안전한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튀르키예의 원자력 발전 역량 제고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협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SK플라즈마는 튀르키예가 혈액 유래 의약품에서 자급자족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양국 간 바이오·헬스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이 더욱 가속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한국은 피의 인연으로 맺어진 형제국 튀르키예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양국이 함께 협력하여 번영된 미래를 건설하고, 지역 및 국제사회의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튀르키예에서 자동차, 건설, 에너지, 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튀르키예는 아시아, 유럽, 카프카스,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생산 및 투자 허브로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의 튀르키예 내 투자 확대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튀르키예는 유럽, 중동, 유라시아, 아프리카를 서로 연결하는 독보적인 전략적 위치를 지닌 국가입니다. 튼튼한 산업 기반, 숙련된 노동력, 폭넓은 무역협정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튀르키예는 한국 기업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이자, 글로벌 공급망에서 점점 더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자동차, 전자, 건설, 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튀르키예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습니다. 현대, 삼성, 포스코, 효성 등 기업들은 46억 달러에 달하는 직접투자를 통해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투자들은 다양한 산업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고, 양국 간 협력이 실제로 상호 이익을 가져오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이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분야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전기차, 방위 기술, 바이오·헬스 등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튀르키예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가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들이 포함됩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2026년부터 튀르키예에서 완전 전기차 양산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은, 양국의 공급망을 유럽 시장과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뒷받침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의료 기술 및 제약 분야의 협력 역시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혈장 유래 의약품(플라즈마 기반 의약품) 프로젝트와 같은 사례는 양국이 어떻게 협력하여 보건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한국에게 튀르키예는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닙니다. 한국에게 튀르키예는 혁신을 함께 이루고, 투자를 확대하며, 글로벌 수준에서 상호 경쟁력을 높여주는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앞으로도 양국 민간 부문이 미래를 좌우할 신흥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넓혀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튀르키예와 한국은 방위산업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알타이 주력전차 엔진 프로젝트는 이러한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재 논의 중인 새로운 공동 방위 프로젝트나 전략적 합의가 있는지, 그리고 양국 방산 협력의 범위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한국산 엔진을 탑재한 튀르키예 최초의 양산형 알타이 주력전차가 공개된 것은, 양국이 함께 이루어낼 수 있는 성과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튀르키예와 한국이 방위산업 분야에서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깊은 신뢰와 높은 수준의 첨단 기술 역량을 반영합니다.
양국의 강점은 상호보완성이 매우 높은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무인 항공 체계, 즉 무인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 위치에 올라섰고, 한국은 전차, 자주포, 군함 등 첨단 플랫폼 무기 체계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합은 양국이 각자의 비교우위를 결합해 중요한 방산 협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를 내다보면, 우리는 차세대 방위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파트너십을 한층 더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는 무인 체계를 기존 플랫폼과 통합하고, 기동성과 방호 기술을 고도화하며, 양국 방산 산업이 공동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함께 발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대통령으로서 저는 한국과 튀르키예 간 미래지향적인 방위 협력 관계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은 양국의 안보 역량과 기술적 역량을 한 차원 끌어올릴 뿐 아니라, 양국을 넘어 더 넓은 지역의 안정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이 도입한 전자여행허가제(K-ETA)와 관련해, 일부 튀르키예 국민들은 이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K-ETA 의무가 면제되고 있는데, 튀르키예 국민을 이 면제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한국은 튀르키예와의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데 매우 큰 의미를 두고 있으며, 일부 튀르키예 여행객들이 K-ETA 제도의 일부 절차나 요소를 번거롭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정부는 튀르키예 국민이 한국을 더 쉽고 사용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를 시행해 왔습니다.
우선 단체(그룹) 신청을 도입해 신청 절차를 간소화했고, 언어 지원에 튀르키예어를 추가했으며, K-ETA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습니다. 또한 17세 미만 아동과 65세 이상 여행자에 대해서는 K-ETA 의무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K-ETA는 비자 면제 대상 국가 국민 전체에게 적용되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입국 절차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제한된 일부 국가에 대해 K-ETA 의무를 잠정적으로 면제하고 있으나, 이러한 임시 면제는 내년에 종료될 예정이며, 현재로서는 이 임시 면제 대상 국가를 확대할 계획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는 한국에게 오랜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입니다. 문화와 관광은 물론, 무역·투자·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협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양국 관계가 심화될수록 여행을 원활하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국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양국 국민 간 상호 방문과 교류가 더욱 편리해지는 흐름에 힘입어, 한국과 튀르키예 사이의 가까운 우정 역시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튀르키예와 한국 간 교역 구조에는 오랜 기간 불균형이 존재해 왔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주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튀르키예 측은 FTA 개정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사안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또 무역 불균형을 보다 공정하게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튀르키예와 한국은 2013년 한·튀르키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교역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왔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양국 간 교역액은 2013년에 비해 1.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FTA가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데 있어 튼튼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우리는 무역수지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튀르키예 측이 갖고 있는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대(對)튀르키예 수출 증가의 상당 부분은 튀르키예의 제조업 및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자본재와 중간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가 자체 생산 및 수출 역량을 확장해 나가면서, 이러한 품목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양국의 교역 구조는 튀르키예의 지속적인 산업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튀르키예에 4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진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을 이전하며, 자동차·전자·소재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왔습니다. 교역과 투자를 함께 고려해 보면 양국의 경제 관계는 단순한 무역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균형적이고 상호 이익적인 구조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에게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무역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농업과 같이 일부 분야는 한국 내에서 민감한 국내 현안과 연결되어 있어, 시장을 급격하게 개방하기 어려운 현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전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무역 대표단 파견, 홍보 행사 개최, 전시·박람회 참가 확대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품질 높은 튀르키예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더 많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기적 수치상의 균형 자체가 아니라, 양국 경제 협력이 양국의 산업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미래 성장을 준비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튀르키예는 한국에 전략적 파트너이자 유라시아 지역의 중요한 허브입니다. 정부는 양국의 경제 관계를 보다 균형 있고 미래지향적이며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튀르키예와 한국의 기업들이 제3국, 특히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에서 중요한 기회들이 존재하는 만큼, 두 나라 기업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이 지역들에서 공동 투자를 진행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대한민국과 튀르키예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함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양국의 강점을 결합하고, 그동안 협력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한다면, 제3국 시장에서도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분야는 건설과 인프라라고 생각합니다. 튀르키예의 건설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풍부한 현장 경험, 뛰어난 시공 능력, 그리고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는 튀르키예 기업들이 가진 가장 큰 강점들입니다.
2023년에 발생한 대규모 지진 이후, 튀르키예가 신속하게 대규모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이 나라의 탁월한 회복력과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한국 기업들의 강점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고도화된 엔지니어링 기술, 체계적인 사업 계획 및 품질 관리 능력,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기타 자본 조달 역량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국의 강점과 경쟁 우위를 결합하여 “원팀(One Team)”을 이룰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십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협력은 이미 튀르키예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검증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1915 차나칼레 대교, 유라시아 해저터널, 야부즈 술탄 셀림 대교는 한국의 기술력과 튀르키예의 비전이 결합한 눈에 띄는 성과들입니다.
이처럼 상호보완적인 역량과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기업들이 함께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제3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재건 사업과 같은 복잡하고 대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도 양국이 가장 효과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는 단순히 상업적 성공을 넘어, 해당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평화에 기여하는 모범적 협력 모델이 될 것입니다. 양국 정부는 이러한 제3국 공동 진출이 보다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구체적인 협력 모델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튀르키예가 두 번째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한국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원자력 기술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어떤 형태의 협력을 구상하고 있는지, 튀르키예와의 원자력 에너지 협력에 있어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튀르키예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해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의 잠재적 협력에 대해 튀르키예 측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유럽에서도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지난 20년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강력한 실적을 쌓아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한국이 복잡한 프로젝트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향후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의 원전 프로젝트에 실제로 참여하게 된다면, “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양국 간 원자력 협력은 전문 인력 양성, 관련 인프라 구축 등 매우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접근 방식은 원전을 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국이 전반적인 원전 생태계를 강화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또한 소형 모듈 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혁신 소형원자로(i-SMR) 설계는 현재 표준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2030년대 중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가 SMR 도입과 관련된 자체 로드맵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계획이 보다 명확해지면 한국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미래 협력 가능성을 함께 모색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양국 간 원자력 분야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만큼 성장 여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과 튀르키예 에너지 당국 사이의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 지원할 것이며, 튀르키예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양국의 파트너십이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는 지역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임기 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또한 ‘통일된 한국’이라는 개념이 현재 정부와 국민에게 여전히 중요한 목표인지, 아니면 상징적 개념에 가까워졌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향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반도의 분단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국민의 삶을 규정해 왔으며, 그 역사적 상처는 여전히 우리에게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는 일은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정에 있어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의 비전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충돌을 넘어, 평화로운 공존과 공동 번영이 자리 잡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E.N.D. 이니셔티브”라 불리는 포괄적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변화(Değişim/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함께 진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세 요소가 동시에 전진해야 합니다. 통일은 여전히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이는 단지 이상적 지향이 아니라, 한국 헌법에 명시된 책무이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일방적 방식의 통일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반도 전체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 발전을 통해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 관계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모든 소통 채널이 끊겼고, 상호 신뢰는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를 다시 여는 일이 저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북한과 언제, 어떤 채널을 통해서라도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대화의 문은 계속 열려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의 필수적인 파트너인 미국과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포함한 과거 미·북 관계의 역사는 앞으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교훈과 토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대화 재개를 위한 적절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은 필요할 경우 건설적 중재자이자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의 중재자(barış elçisi)” 역할을 요청했고, 저 자신은 “평화의 촉진자(barış öncüsü)”로서 북미 대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저는 한반도 평화가 결코 도달 불가능한 목표라고 보지 않습니다.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확고한 의지와 협력을 보여 준다면, 우리는 신뢰를 회복하고 소통을 재개하며,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나아가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쉼 없이 노력해 갈 것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 더욱 강화되면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통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기를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8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저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을 한 바 있습니다(8월 26일). 그 연설에서 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의무는 철저히 준수되어야 하며, 한국은 NPT 체제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비핵화 공약을 지켜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는 NPT 체제 아래에서 핵무기 확산을 막고,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만 이용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무엇보다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미 간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한층 더 강화하고, 한국 자체의 이른바 ‘3K 방어 시스템(3축 체계)’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함으로써, 어떠한 도발에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두 강대국 간 갈등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떠한 외교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전략적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단순히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외교적 균형”을 추구하기보다는, 경쟁·협력·도전이 교차하는 최근의 상황을 유연하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평가하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현안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대외정책의 핵심 축인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이웃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도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고 때로는 갈등을 빚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하고 조율하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서로를 배타적으로 대하는 접근보다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중국과의 오랜 경제 협력은 우리의 성장 동력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해 왔으며, 중국은 지금도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자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필수적인 파트너입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중국의 산업 경쟁력과 첨단 기술 발전으로 인해 양국 경제 관계는 전통적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보다 수평적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수평적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국과의 경제 협력은 조선, 바이오·헬스,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로 폭넓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동시에 미국 내 대규모 투자가 국내 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안보 측면에서 볼 때, 동북아에서 군비 경쟁이 격화되는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미래 지향적인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도 유지·발전시키려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공동 번영을 촉진하는 ‘가교(bridge)’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세계적 차원에서도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K-팝, 영화, 기술 등 다양한 문화·기술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영향력이 한국의 대외 정책에 어떤 이점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외교 전략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한국 문화와 기술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소프트 파워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기쁘고 고무적인 일입니다. 튀르키예에서도 K-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K-팝과 K-드라마를 포함한 K-콘텐츠는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른바 K-콘텐츠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한국 외교정책 및 더 넓게는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바가 서로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자유, 혁신, 역동성, 다양성 등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와 포용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는 K-콘텐츠가 이러한 가치들을 다양한 형식과 서사를 통해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믿습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저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회복력 있는 세계”, “모두를 위한 공정한 미래”라는 주제 아래, 세계에 미래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다자주의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습니다.
이 비전은 K-콘텐츠 속에 담긴 가치들을 외교적 언어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처럼, 한국의 외교 비전 또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욱 폭넓은 공감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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