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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구조조정' 신청 3%에 그쳐…'회생 불능' 돼야 법원 문 두드리는 기업들

◆기로에 선 '프리ARS·하이브리드'

유동성 붕괴 뒤에야 법원 찾는 관행 여전

올 4~9월 회생신청 256건 곳 중 9곳 뿐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등 영업 기반 상실 후 회생

워크아웃 일몰 앞두고 제도 개선·조기 대응 시급


위기 기업이 유동성 균열 단계에서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뒤늦게 회생절차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회생 업계에서는 사전 구조조정이 사실상 기업 생존의 마지막 분기점이라는 경고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업 기반이 무너진 뒤에야 회생을 선택하는 이른바 ‘사후적 회생’으로는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올해 4월 도입한 프리ARS·하이브리드 제도는 시행 7개월 동안 활용 기업이 단 9곳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올해 4~9월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회생 사건은 총 256건으로, 사전 구조조정 제도를 실제로 활용한 기업 비중은 3% 수준에 머물렀다. 프리ARS는 회생 신청 전 주요 채권단과 조정안을 사전 합의하는 방식이고, 하이브리드는 법원 감독 아래 채권단 협의를 병행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가 갖춰진 뒤에도 정작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 초기 단계에서 조정 테이블을 열지 못한 채 여전히 늦게 법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회생 절차 사후 진입은 사실상 실패가 예정된 선택이라고 진단한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을 선고받은 위메프는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며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장기간 투자 유치 실패로 회생 절차가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 기업 모두 정산 부담과 매출 급감으로 이미 영업 기반이 무너진 뒤에야 회생을 신청한 공통점이 있다. 특히 부동산 등 담보 자산이 거의 없는 플랫폼·유통 기업은 매출 변동성에 더욱 취약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전 구조조정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여기에 2026년 일몰을 앞둔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도의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사전 협상 구조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국회는 워크아웃 제도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회생법원과 금융위원회가 구조조정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고, 이에 따라 양 기관은 연말까지 공동 개선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외에서는 사전 구조조정이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 사례인 2009년 GM은 파산 신청 직전 주요 채권단·미 정부와 구조조정 틀을 거의 완성해둔 상태에서 ‘사전 협상형(Pre-Arranged) 챕터11’을 신청했고, 단 40일 만에 회생 절차에서 졸업했다. 위기 국면에서 조정을 선제적으로 시작한 사례로, 회생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프리ARS·하이브리드의 도입 취지도 사후적 구조조정으로 흐르는 관행을 줄이고 회생 이전 단계에서 조기 협상을 가능하게 하려는 데 있다.

다만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회생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법원이 조기 협상 틀을 마련하더라도 기업이 위기 신호를 인식하고 빠르게 구조조정 로드맵을 실행하지 않으면 영업 기반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는 홈플러스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 초기 ‘사업 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통해 협력업체 대금·임금·매장 운영 등 핵심 영업활동을 법원 승인 없이도 지속할 수 있게 했다. 이는 회생 진입 직후 발생할 수 있는 영업 경직성과 유동성 악화를 막아 기업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홈플러스 역시 이미 영업 기반이 상당 부분 약화된 상태에서 회생에 들어왔고, 3조 7000억 원대 대형 매각이 필요한 특수성 때문에 투자자 유치 난도가 높은 상황이다.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의 침체, 지점 구조조정 지연 등 누적된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한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회생법원이 프리ARS·하이브리드 등 사전 협상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원 관할 하에 비밀리에 채권단과 논의할 수 있는 절차까지 마련해 ‘낙인효과’를 최소화해 왔다”며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상황이 악화된 뒤에서야 회생에 들어오는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가 문제라기보다 기업 스스로 조기에 대응하려는 실행 관행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이 국내 구조조정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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