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시험에서 채점이 미흡했다고 해서 곧바로 국가나 시험기관이 돈까지 물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험 과정의 하자가 곧바로 국가배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손해배상 책임의 기준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한 결정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2021년 세무사 2차 시험 불합격 처분으로 손해를 봤다며 응시생들이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원고 승소)을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2021년 세무사시험에서는 난이도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같은 내용의 답안인데도 채점자마다 점수가 달라지는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 결과 일부 문제는 출제 의도도 불분명했다. 이 때문에 재채점이 진행됐고, 기존 합격자 706명에 더해 75명이 추가 합격했다. 원고들도 이때 최종 합격했다.
이에 응시생들은 “처음 불합격 처리된 바람에 시간·비용을 잃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미흡한 부분은 있었지만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정도의 위법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반대로 공단과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며, 원고 18명에게 각 3700만 원(총 6억 6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채점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주의가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대법원은 “시험 출제나 채점 과정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세무사시험처럼 국가가 전문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은 공익적 성격이 크기 때문에, 출제·채점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 기준’을 명백히 어겼다고 볼 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최초 불합격 처분이 그 기준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단과 국가에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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