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들이 아동·노인·중증 장애인 등에 대한 학대가 의심될 경우 제3자의 대화 몰래 녹음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중등교사노동조합은 2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이달 19일 대표 발의한 아동학대처벌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교실을 ‘감시의 공간’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자가 상대방의 대화를 허락 없이 녹음하거나 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아동·노인·장애인 등은 학대를 인지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가해자 처벌이 쉽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겠다며 발의됐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개정안이 오히려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총은 개정안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교실이 불신과 감시의 공간으로 변질되어 교육 현장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교원은 언제든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수업·상담·지도 과정에서 교육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또 특수·통합교육과 관련해 "녹음 우려는 특수교사의 교육적 상호작용을 위축시키고, 장애 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여 통합학급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결국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역설적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개정안이 "아동·장애인 학대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통합교육 및 특수교육 현장을 상시 감시 공간으로 만들고, 교사를 언제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위험한 입법"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 현행 '신비밀보호법'체계를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또 "이미 과도한 신고와 수사로 고통받고 있는 교사들을 '언제든 녹음 파일 하나로 학대 가해자로 몰릴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것"이라면서 "학대 피해자 보호라는 과제를 '제3자 몰래녹음'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학대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중등교사노동조합 역시 "학교는 가정이나 보호시설과 달리, 신뢰와 관계 형성이 핵심인 교육 공간"이라며 "최소한 학교는 (법 대상의) 예외로 해야 하며, 교실의 대화를 비밀녹음이 허용되는 영역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사례를 언급했다. 주 씨는 발달장애 자녀의 학대를 의심해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정황을 확인한 뒤 특수교사를 고소했다. 1심에서는 아동학대 유죄가 인정됐지만, 2심에서는 불법 녹음이 증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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