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도시에서 등, 목, 머리 등을 전문적으로 긁어주는 이른바 ‘긁기 테라피’가 힐링 서비스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부위를 30분에서 1시간가량 손끝이나 인조손톱, 또는 전용 도구로 가볍게 긁어주는 방식으로 가격이 최대 250달러(한화 약 37만 원)에 이르지만 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근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등 긁기 전문 브랜드를 자처하는 ‘스크래처 걸스(Scratcher Girls)’는 플로리다를 기반으로 긁기 테라피를 제공하며 30분에 75달러(한화 약 11만 원), 1시간에 130달러(한화 약 19만 원)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뉴저지와 뉴욕에서는 1시간 250달러의 고가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창업자 토니 조지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등을 긁어주며 느낀 편안함이 사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며 긁기 테라피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의 일종으로 스트레스 완화, 불안 감소, 수면 개선, 엔도르핀 분비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요가 급증해 하루 20명 이상의 고객을 상대한다고 밝혔으며 등 외에도 팔, 허벅지, 머리 부위가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문 긁기 서비스는 테네시주의 ‘라더 헤드 스파(Lather Head Spa)’, 애리조나주의 ‘더 스크래치 스파(The Scratch Spa)’, 시카고의 ‘더 아트 오브 스크래치(The Art of Scratch)’, 뉴욕의 ‘위스퍼 웨이브 스파(Whisper Wave Spa)’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카고 매장 운영자 메리는 부드러운 접촉이 주는 진정 효과를 현대인에게 다시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뉴욕의 레베카 벤비는 긁기가 신경계를 조절하고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ASMR 기반의 감각 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긁기 테라피가 공식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지만 가벼운 긁기 자극이 감각 신경을 자극하고 엔도르핀 분비를 유도해 신체를 안정된 상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을 언급했다. 내과 전문의 라즈 다스굽타 박사는 긁기 서비스가 사람들의 긴장을 풀거나 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용할 수 있다며 전문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면 가정용 등 긁기 도구가 안전하고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긁기의 생리적 효과에 대한 연구도 일부 존재한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다니엘 카플란 교수 연구팀은 긁는 동작이 단순히 가려움을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 약한 통증 자극을 통해 뇌가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하고 이로 인해 쾌감을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긁기가 면역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비만 세포가 세균 감염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효과가 특정 상황에 한정될 수 있으며 만성적 가려움증 환자가 과도하게 긁을 경우 오히려 피부 손상과 색소 침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ihilin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