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의 합작품이다. 정 명예회장은 2004년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한 차량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신차 개발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었다. 프로젝트명은 ‘BH’, 연구개발에는 5000억 원이 투입됐다.
정 명예회장은 서스펜션을 세 번이나 새로 설계하게 하고 출시가 임박한 상태에서 외부 디자인 변경을 지시하는 등 첫 모델 출시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원·창시를 의미하는 제네시스라는 이름도 사내 공모를 실시해 정 명예회장이 직접 정했다. 그렇게 4년 만에 세상에 나온 1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만 앞세우는 ‘그렇고 그런’ 브랜드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정 회장은 2015년 제네시스 독립 브랜드 출범을 주도했다.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던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 조직 개편까지 전 과정을 관리했다. 그해 12월 열린 제네시스 신차 EQ900(현 G90) 출시 행사에는 드물게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있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 중심의 진보’를 지향한다”고 했다.
제네시스는 10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2016년 미국·러시아·중동 등에 첫 수출을 시작했고 2017년 G70, 2020년 G80·GV70·GV80, 2020년 전동화 모델을 내놓는 등 라인업을 확장했다. G70은 2018년 미국 모터트랜드 ‘올해의 차’, 2019년 ‘북미 올해의 차(NACTOY)’에 선정됐다. 브랜드 출범 다음 해인 2016년 6만 4279대였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22만 9532대로 3.6배 증가했다.
수출국은 20개 이상으로 늘었고 9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147만 2135대를 기록해 올해는 15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989년 출범한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성장세는 이미 추월한 지 오래다.
제네시스는 출범 10주년을 맞은 올해 또 한 단계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시작은 20일 공개된 첫 고성능 양산차 모델 ‘GV60 마그마’다. 마그마는 제네시스가 고성능 영역 진출을 공식화하며 내세운 브랜드로 스포츠카급의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루크 동커볼케 제네시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사장)는 “제네시스 모델 중 최고의 정수를 담은 마그마는 제네시스의 슈퍼히어로와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GV60 마그마는 스포티하면서 고급스러운 외관에 운전의 재미와 승차감을 담았다. 전용 오렌지 색상인 ‘마그마 오렌지’는 영롱하고 강렬하다. 운전자는 스티어링휠 조작을 통해 스프린트(SPRINT), 지티(GT), 마이(MY) 등 ‘마그마 전용 드라이브 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 배터리는 1회 충전시 351㎞ 주행 가능한 SK온의 84㎾h 용량 배터리가, 타이어는 피렐리가 만든 전용 21인치 광폭 타이어가 적용됐다. GV60 마그마는 내년 1월 한국을 시작으로 유럽·북미 등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제네시스는 이날 ‘마그마 GT 콘셉트’도 공개했다. 이 차는 제네시스가 향후 10년간 구축해나갈 퍼포먼스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스포츠카다. 그랜드투어링(GT) 레이싱 클래스 진출을 목표로 개발됐다. 워렌 쉑터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프리미엄차로서 입지를 다져온 제네시스는 이제 레이싱을 통해 고성능 영역으로 나아간다”며 “페라리와 애스턴마틴·맥라렌·BMW와 경쟁하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2030년 판매 목표인 35만 대의 5%가량을 마그마 라인업으로 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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