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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위키드: 포 굿’으로 완성하는 오즈의 서사

영화 ‘위키드: 포 굿’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의 우정이 빛나는 오즈의 숨결이 다시 살아난다. 사진 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에메럴드 시티의 우아한 궁전으로 변한 뉴욕 링컨센터는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냈다. 깊은 녹색의 빛줄기가 공간을 가르고 마담 모리블의 엄숙한 명령 아래 마법사 정권은 피예로 왕자와 글린다를 위한 눈부신 결혼식을 참석한 판타지에 빠져들게 했다. 지난 18일 열렸던 ‘위키드: 포 굿’의 프리미어 현장이다.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후보, 역대 브로드웨이 뮤지컬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위키드’가 드디어 대서사의 마지막 장을 열었다. 존 추 감독의 ‘위키드: 포 굿’은 단순한 속편이 아니다. 우정과 용기, 그리고 선택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완결편이다. 다시 한번 오즈의 길 위에서 엘파바와 글린다, 두 여성의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는 홀로 숲에 숨어 살며 동물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녀를 ‘사악한 마녀’로 규정한다. 진실을 밝히려 할수록 오히려 왜곡된 이미지가 그녀를 가둔다. 존 추 감독은 엘파바를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 속 애티커스 핀치에 비유하며 “엘파바는 타인의 잔혹함에도 굴복하지 않는 도덕적 용기의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는 언제나 ‘빛’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모두가 사랑하고, 모두가 기대하는 존재. 그러나 그녀 역시 진실과는 거리가 먼 ‘버블 속 세계’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위기의 순간, 그 버블을 스스로 터뜨리는 선택을 하는 글린다를 두고 존 추 감독은 “우리는 종종 글린다에 가깝다. 두려워하고 잃을 것을 걱정한다. 하지만 그런 우리가 옳은 길을 선택하는 순간 그 용기는 엘파바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스티븐 슈워츠가 글린다를 위해 새롭게 작곡한 ‘더 걸 인 더 버블’은 바로 그 각성의 순간을 담은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글린다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의 겉치레를 갖기 위해 자신의 도덕성과 품위를 차단해온” 삶을 직면하는 순간, 이 곡은 그녀의 내면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한다. 엘파바가 오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과는 결이 다른, 자기 성찰의 곡이다.

‘위키드: 포 굿’은 존 추 감독이 가진 뮤지컬 영화의 경험과 애정이 응축된 작품이다. 엘파바에게 장면 설명을 하고 있는 존 추 감독(왼쪽). 사진 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위키드’의 완결편을 위해, 존 추 감독은 이야기의 구조부터 다시 고민했다. 하나의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누었다. 그는 “두 여성의 여정을 충분히 담으려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했다. 판타지로 그려진 파트 1에서 사랑받던 어린 시절 캐릭터들은 이제 성장을 강요받는다.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파트 2의 선택은 현실이고, 책임은 그들의 몫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결정은 창작자들에게는 축복이었다. 존 추 감독은 “관객들과 우리 자신을 위해 이것이 감정적으로 진정성 있는 우정의 서사시적 결말처럼 느껴지길 원했다. 상심이 희망과 균형을 이루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위키드; 포 굿’은 바로 그 성장이 완성되는 지점에 있다. 희망과 상실, 상처와 화해, 진실과 오해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방향이 어떤 사람을 만들어내는지, 영화는 그 순간의 감정을 과장 없이 담는다. “상심이 희망과 균형을 이루길 바랐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화려한 판타지의 외피 안에 인간에 대한 섬세한 통찰을 숨겨두고 있다.

존 추 감독은 과감하게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법사의 왕좌실, 먼치킨랜드 등 주요 세트가 한 번에 완성되었고, 모든 스태프가 두 영화의 요구를 동시에 맞춰야 했다. 배우들 역시 같은 주에 어린 시절의 캐릭터와 성숙한 버전의 캐릭터를 오가며 연기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탄생한 ‘위키드: 포 굿’은 존 추 감독이 가진 뮤지컬 영화의 경험과 인간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응축된 작품이다. 화려한 볼거리 뒤에 숨은 정서의 울림, 그리고 오즈라는 세계가 품고 있는 묵직한 질문들. 우정과 용기에 대해, 그리고 변화의 순간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에 대해 영화는 관객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려 한다.

‘위키드: 포 굿’은 마법사 정권에서 살아온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는 자신이 버블 속 세계에 살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스스로 터뜨리는 선택을 한다. 사진 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주사위는 던져졌다. 존 추 감독의 이 야심찬 완결편이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의 마법을 남기게 될 것인가. 하나의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눈 결정이 과연 서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흥행을 위한 수익 극대화 전략인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정과 용기, 그리고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선사하길 원한 존 추 감독이 진정한 영화적 마법을 창조해냈을지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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