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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순환경제 이끄는 재생에너지 인프라로…소각시설의 재발견

서울 시설서 17만가구 1년 난방열 생산

에너지 회수 효율도 전국 최고 수준

우리나라, 스웨덴의 13% 수준 그쳐

“도시 지속가능성 높이는 필수 기반"

강남 자원회수시설 전경. 사진 제공=서울시




내년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매립 대신 다른 방법으로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 관심을 끌고 있다. 단순한 소각을 넘어선 에너지 생산 시설로서 탄소중립과 순환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유럽 국가들처럼 국내에서도 폐기물 소각열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관내 자원회수시설 4곳(양천·노원·강남·마포)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폐기물 소각 작업을 통해 총 1370GWh의 에너지를 회수했다. 전용면적 85㎡ 아파트 한 곳당 연간 8000KWh의 난방 에너지를 쓴다고 가정할 때 서울의 한 자치구(약 17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이는 또 열병합발전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12만 톤을 태워야 얻을 수 있는 에너지로,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자원회수시설 활용으로 연간 33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셈이다.

에너지 회수 효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양천·노원·강남·마포 4곳의 평균 에너지 회수 효율은 82.9%로, 전국 공공 소각시설의 113곳의 평균(54.3%)의 약 1.5배에 달한다. 특히 양천 시설은 9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역난방과 연계해 시설 인근에 밀집한 주택에 열을 공급함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열 손실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시설 규모도 큰 편이다. 강남 시설은 하루 900톤을, 노원 시설도 하루 800톤을 각각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자원회수시설은 단순히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게 아니라 시민의 생활을 따뜻하게 하는 ‘도시 에너지 플랜트’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 자원회수시설 전경. 사진 제공=서울시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폐기물 소각열 활용 수준은 유럽 국가들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스웨덴의 경우 생활폐기물 소각을 통해 2023년 한 해 동안 1만 9500GWh의 에너지를 생산했다. 이 중 전력 2200GWh는 약 94만 가구의 전력 수요를, 열 1만 7300GWh는 147만 가구의 난방을 책임진다. 인구 규모로 환산하면 서울시(932만 명)와 수원시(118만 명)를 합친 수준의 국민(1065만 명)이 생활폐기물만으로 도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자체 충당하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가 생활폐기물 소각을 통해 생산하는 에너지는 1만 2605GWh로, 인구 100만 명당 생산량을 비교하면 스웨덴의 13% 수준에 그친다.

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도 소각시설을 단순한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닌 ‘재생에너지 인프라’로 보고 적극 활용하려면 효율 향상 유도와 함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은 2008년부터 소각시설의 에너지 회수 효율이 65% 이상이면 이를 단순 ‘처분(Disposal)’이 아닌 ‘재생활동(Recovery)’으로 인정하고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줬다. 또 2034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삼고 소각열 에너지 활용을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정부도 소각열 에너지 활용 확대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그 일환으로 2018년부터 효율이 30% 이상인 소각시설에 폐기물처분부담금을 최대 75%까지 감면해 주는 ‘에너지회수효율 검·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소각시설 신규 설치에는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수도권의 경우 내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연간 약 50만 톤의 폐기물을 매립 대신 소각할 곳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2021년 이후 수도권에 새롭게 지은 소각장은 한 곳도 없다.

박영수 고등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버려지는 폐기물의 단순 제거를 넘어 다시 에너지로 되살려 시민의 일상으로 순환시키는 자원회수시설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라며 “이제 소각시설을 혐오시설로만 볼 게 아니라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중요한 도시 인프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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