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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죄 가볍지 않지만, 물리력 행사 크지 않았다"

◆'패스트트랙 충돌' 1심 전원 벌금형

나경원 국회법 위반 벌금 400만원

法 "불법 동원…저항권 행사 아냐"

당시 국회 상황 등 양형에 반영

여당 "솜방망이 선고" 맹비난





검찰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게 의원직 상실형까지 구형했지만 1심에서 당선무효 기준에 미치지 않는 벌금형만 선고됐다. 법원이 면책특권이나 저항권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사건이 정치적 쟁점 속에서 발생했고 행사된 유형력(물리력)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20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인사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일반 형사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금고형 아래인 벌금형을 선고했다. 국회법 위반 혐의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은 나 의원과 황 전 총리의 벌금 400만 원이었다.

재판부는 패스트트랙 충돌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나 저항권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한 국회의 의사결정 방식을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한 사건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 신분인 피고인들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거나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한 것이므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정치적 동기와 당시 국회 상황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쟁점 법안과 사건 개선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국회의 구성원들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대화와 타협·설득을 통해 법안을 제정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성숙한 의정 문화를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비교적 중하지 아니하고 출입 등을 막아서는 등의 간접적인 형태로 진행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건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을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의 물리적 충돌로 시작됐다. 당시 나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27명은 국회 의안과와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스크럼을 짜 법안 접수와 특위 회의를 저지한 혐의로 2020년 1월 일괄 기소됐다. 일부는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약 6시간 동안 의원실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감금 혐의도 받았다. 고(故) 장제원 전 의원은 재판 도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사법적 선례가 없었던 만큼 법조계에서는 처음부터 검찰 구형보다 낮은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검찰은 나 의원에게 감금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국회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을 구형했고, 황 전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로 각각 징역 1년과 6개월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 제19조는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이 상실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번 선고에서 국회법 위반 벌금은 모두 500만 원 미만에 그쳤고 이에 따라 형이 확정되더라도 의원직 유지가 가능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한 것은 아쉽지만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 6명이 모두 의원직을 유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나 의원은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무죄 선고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법원이 명백하게 우리의 정치적 항거에 대한 명분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유죄 판결을 받고도 반성은커녕 법원이 불법이라 판단한 폭력을 여전히 ‘민주당 독재 저지’라고 정당화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피해자로, 민주당을 의회 독재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것은 사법부 판단을 정치적 수사로 덮어씌우려는 만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의 징역형 구형에 턱없이 못 미치는 솜방망이 선고”라며 “검찰은 대검 예규에 따라 솜방망이 법원 판결에 즉각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공동 폭행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10명의 결심공판은 이달 2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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