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출발해 목포로 향하다 전남 신안군 장산면 남방 해역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사고 원인이 항해사의 과실인 것으로 해양경찰청 초기 수사에서 확인됐다. 해경은 이 사고와 관련해 1등 항해사 등 선박 직원들을 긴급체포했다.
20일 해경은 이달 19일 발생한 무인도 좌초 사고와 관련해 퀸제누비아2호 주요 승무원을 1차로 조사한 결과, 일등 항해사 A 씨가 사고가 발생한 협수로 구간 내에서 선박을 자동운항으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했다. 협수로에서는 수동으로 선박을 운항해야 하는데, 당시 A 씨는 휴대전화를 보느라 자동항법장치에 조종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선박은 방형 전환을 의미하는 ‘변침’ 시기를 놓쳤고 선박은 무인도로 돌진해 선체 절반 가량이 섬에 걸터 앉는 사고로 이어졌다. 선장은 일시적으로 조타실에서 자리를 비웠으며, A 씨는 해당 시간대 당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에 선박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사고를 최초로 신고한 인물도 A 씨였다.
사고가 발생한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은 암초들이 많고 연안 여객선들의 항로가 뺴곡한 협수로에 해당한다. 통상 선박은 협수로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수동으로 운항한다.
사고를 조사하던 목포해양경찰서는 A 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 씨 등 2명을 긴급체포했다. 해경 조사에서 A 씨가 변침 시점이 늦었다거나 방향타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후 “네이버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긴급체포 결정을 내렸다. 이외에도 해경은 다른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2명 또한 입건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퀸제누비아2호의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선체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경은 선체 내·외부를 촬영한 CCTV와 항해기록저장장치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사고 조사가 마무리되면 선체는 인근 조선소로 이송돼 안전점검 및 수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퀸제누비아2호의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 측은 여수 지역의 조선소를 물색하고 있다. 선사는 사고 조사와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이날 예정됐던 정기운항편을 결항한다고 밝혔다. 선사는 이날 오전 5시 44분께 목포 삼학부두로 입항한 퀸제누비아2호의 막바지 수습 작업에 돌입했다. 선사는 여객선에 있던 차량과 화물을 하선시켜 오전 7시부터 승객에게 되돌려줬다.
전라남도와 목포시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탑승객 267명 중 30명이 경미한 통증이나 신경쇠약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했다. 이 중 26명은 이상 소견이 없어 퇴원했다. 나머지 4명은 뇌진탕·둔부타박상·요추염좌 등 증상을 보여 계속해 입원 치료를 받는다. 부상자 중에는 임산부 1명도 포함됐지만, 이상 소견을 발견되지 않았다.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승객 216명 중 143명은 목포 시내에 있는 2개 호텔에서 머물렀으며 나머지 73명은 귀가했다.
한편, 전날 오후 8시17분께 “여객선이 장산도 남방 죽도에 올라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이 확인한 결과 해당 선박의 선수(船首)는 섬 지형에 걸쳐 멈춰 섰다. 사고 선박은 한국 국적의 2만 6546톤급이다. 이 여객선은 승객 246명과 선원 21명을 합쳐 총 267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출발해 목포로 향하고 있었다. 항해 도중 장산도 인근으로 접근하다 암초 위에 올라선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에 나선 목포 해경은 전날 오후 11시 27분께 267명의 탑승객 전원을 구조했다. 여객선은 사고 발생 9시간 27분만인 이날 오전 5시 44분께 목포시 삼학부두에 자력 입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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