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종전은 많은 드라이버에게 복잡한 감정을 남겼다. 금호 SLM의 이창욱이 복귀 시즌에 시즌 5승을 쓸어 담으며 챔피언에 올랐고, 많은 선수들은 2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특히 오네 레이싱의 이정우는 일본의 내구 레이스 대회인 슈퍼 다이큐 시리즈(Super Taikyu Series)에서 다듬은 ‘내구 레이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 시즌 ‘세미 내구 레이스’ 포맷의 슈퍼레이스 일정 속에서 시즌 2위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 결과 최종전에서 절묘한 피트 스톱 전략을 통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즌 2위라는 목표를 추구했지만 최종 결과 시즌 3위에 그친 이정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먼저 최종전을 마친 전체적인 소감이 궁금하다.
이정우(이하 이): 최종전 더블 라운드는 정말 힘든 레이스였다. 더블 라운드를 앞두고 원인 불명의 퍼포먼스 저하로 인해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프로 선수이자 오네 레이싱의 팀원으로, 그리고 슈퍼레이스에 참가하는 다른 동료는 물론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찾은 팬 여러분 앞에서 포기하는 레이스는 할 수 없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내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모두 박박 긁어 모아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는 마음으로 더블 라운드에 나섰다. 레이스의 결과 자체는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지만 급작스러운 레이스카의 퍼포먼스 부진 등에 대한 원인이나 그 대처는 올 겨울 동안 팀과 함께 확인하고 해결해야 한다.
Q ‘퍼포먼스 저하’에 대한 세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 최종전 더블 라운드를 돌이켜 보면 토요일에 진행되었던 8라운드는 정말 최악의 환경에서 진행됐다. 9라운드의 경우 어느 정도 개선된 부분이 있었지만 ‘우위를 점 할 수 있다’ 또는 ‘승부 할 수 있는 한 끗’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어 전략이나 운영 등에서의 변화가 절실했다.
Q 그럼에도 최종전에서 3위의 성과를 이뤄냈다.
이: 9라운드의 3위는 결국 ‘피트 스톱’의 타이밍이 좋았던 결과다. 사실 세이프티카의 발령을 100% 예측하고 들어간 것은 아니고 ‘기대’ 또는 ‘예상’했던 상황이 발생되며 운 좋게 ‘흘러간 것이다.
9라운드 결승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9랩에서 12랩 사이에 상황이 혼란스러우면 피트로 들어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의 경쟁 선수들의 기량도 뛰어나고, 시즌 챔피언은 결정되었지만 ‘2위’라는 자리에 경쟁도 여전히 남아 있어 다들 공격적인 주행을 펼칠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레이스 중반에 이를 무렵 어떤 일이라도 터질 가능성’이 높아고 생각했고, 특히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의 상위권’이 GT4 클래스를 ‘백마커’로 마주할 시점에 맞춰 피트스톱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사고가 나며 세이프티카 상황까지 이어져 ‘이점’을 얻게 됐다.
Q 타이어를 2개 교체했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이: 결국 앞서 설명한 ‘퍼포먼스 저하’로 인한 결정이다. 주행 페이스가 너무 저조한 탓에 다른 경기처럼 ‘타이어 관리’를 하며 경기 후반을 도모하기 어려웠기에 차라리 경기 전반적으로 주행 페이스를 높여 달리며 ‘타이어 교체’를 확정했다. 대신 후륜 타이어만 바꾸는 것으로 했다.
이러한 ‘전략’을 수립했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공교로운 세이프티카 발령으로 인해 전략이 더 큰 효과를 자아냈다. 마지막에는 다소 주행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준비했던 대로 레이스가 전개되어 포디엄 피니시, 시즌 3위을 확정하게 됐다.
Q 단 1점 차이로 시즌 3위로 마무리하게 됐다.
이: 사실 최종전 더블 라운드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시즌 챔피언의 영광은 아니지만 ‘시즌 2위’에 대한 욕심과 의지가 있었는데 김중군 선수(서한 GP)가 4위로 체커를 받으며 시리즈 포인트 1점 차이로 시즌 3위로 밀려났다. 그런데 이게 레이스인 것 같다.
앞서 8번의 레이스에서 조금만 더 잘했고, 리스크 관리를 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고,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김중군 선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쉬움은 아쉬움이지만 여기에 큰 미련을 두지 않고 ‘올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잘하자’라는 마음이다.
Q 슈퍼 다이큐 시리즈에서는 2년 연속 ST-TCR 클래스 챔피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우선, 한국 드라이버로서 슈퍼 다이큐 시리즈에서 두 시즌 연속 클래스 챔피언에 오르는 ‘기록’에 가까워져 다행이다. 더불어 팀 오너가 ‘한국의 드라이버’를 영입하며 한국의 레이스카로 성과를 내고 싶다는 목표, 그리고 이를 위해 열심히 지원해주신 점에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지난 경기 ‘BoP(Balance of Performance)’의 불리함을 타파하기 위해 다소 공격적으로 주행을 한 탓에 엔진 오일이 새는 상황에서 레이스에 나섰다. 경기 말미에는 엔진 오일이 거의 다 새면서 리타이어 위기도 있었지만 팀원들과 동료 선수들의 노력 끝에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시즌 최종전에서는 리타이어만 하지 않는다면 시즌 챔피언 가능성이 높고, 또 HMSG 측에서도 빠르게 ‘새로운 엔진’ 공급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좋은 환경 덕에 아마 최종전에는 더 좋은 컨디션으로 주행에 나서며 ‘ST-TCR 클래스 2연패’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Q 레이스 포맷이 다른 슈퍼레이스와 슈퍼 다이큐 시리즈를 오가는 게 어렵지 않나?
이: 얼핏 보면 어려울 수 있지만, 슈퍼레이스 역시 스프린트 레이스이면서도 또 ‘내구 레이스’ 요소, 즉 타이어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초반에 타이어를 다 써버리면 후반엔 아무것도 없기에 ‘타이어를 아끼며 어느 정도의 페이스’를 낼 수 있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덕분에 슈퍼레이스와 슈퍼 다이큐 시리즈의 레이스는 모두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덕분에 내 스스로 느꼈을 때 올해는 ‘타이어에 대한 감각’이 가장 예민하고 정확한 시즌이라 생각한다. 이 감각을 커리어가 끝날 때까지 꾸준하게 이어가고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것 같다.
Q 동아시아에서 TCR의 인기가 다소 약한데, 팀의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 사실 일본에서의 소속 팀, ‘와이마라마 레이싱’의 내년 시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향성은 아직 정리된 것이 없다. 그래도 팀 오너와 여러 가지 재미있는 계획을 구상하며 회의하는 단계에 있다. 지금 공표하긴 어렵지만, 아마 내년 봄 즈음에는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
Q 올 시즌 함께 달린 넥센타이어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이: 냉정히 보았을 때 예선 퍼먼스 자체는 경쟁사 타이어 대비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결승 운영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최종전 더블 라운드의 경우 통상적인 노면 온도에서 많이 벗어난 상황이었음에로 불구하고 타이어 손상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올 시즌 정말 힘들고, 또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치명적인 이슈’ 없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또한 넥센타이어 연구원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열정을 다한 도움, 그리고 조언 등이 올 시즌 더 나은 레이스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Q 국내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팬들에게 감사의 한마디를 전한다면.
이: 작년과 올해 오네 레이싱 팀에 있으면서 팬들의 따뜻한 관심을 정말 많이 받았다.
내 스스로 ‘레이스 하면서 이렇게 많이 응원을 받아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레이스 성적이 나쁘고, 또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에도 정말 뜨거운 응원과 격려를 해주시는 덕분에 큰 힘이 되었다. 겨울 동안 면밀하게 분석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