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이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건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워싱턴 정가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가 미국 정·재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상·하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하원은 본회의에서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을 가결했고 상원도 곧바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서명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르면 19일 그의 서명을 거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는 대통령 서명 이후 30일 이내에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반대해왔고 자신이 속한 공화당에도 ‘단일 대오’를 주문했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 내에서 ‘파일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확산되자 이달 16일 ‘법안을 통과시키라’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날 의회의 표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속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루이지애나)은 법안을 통과시키며 “피해자들을 위한 추가 보호 조항이 필요하므로 이를 상원에서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상원에서 개정 작업이 이뤄지면 하원의 심의를 다시 거쳐야 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더 버는 효과가 있지만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는 “하원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법이기 때문에 개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드문 사례”라고 짚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두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 내에서도 심한 분열이 일어났다.
관세와 고물가에 따른 생활비 부담에 엡스타인 여파까지 겹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만약 엡스타인 파일이 대거 공개될 경우 미국 유력 정관계 인사들의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이 확산하며 미 정치권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엡스타인과 교류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인 중에는 최근 왕자 칭호를 박탈당한 영국의 앤드루 전 왕자, 빌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 출신의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영화감독 우디 앨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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