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이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골자로 한 ‘입자치료 거점 구축’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17일 밝혔다. 환자 맞춤형 정밀도를 극대화한 첨단 입자치료 시대를 열고 난치암 정복이란 목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는 방침이다.
입자선은 일정 속도로 끌어올린 양성자나 중입자가 몸 속 암세포를 타격하는 순간 에너지를 방출하고 사라진다. 이를 가리켜 ‘브래그피크(bragg peak)’라고 한다. 입자 치료는 이러한 입자선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첨단 치료법이다. 입자선을 활용하면 두경부암, 폐암, 간암, 소아암 등 민감 부위에 발생한 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탁월하면서도 암세포 주변의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양성자는 수소 입자를, 중입자는 그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이용한다는 게 두 방식의 차이점이다.
앞서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500억 원을 투입해 산하병원 중 한 곳에 양성자 치료기를 설치하겠다”며 "이르면 올해 말까지 설치 부지를 확정하고 실제 가동까지는 5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삼성서울병원 두 곳이 양성자 치료를, 연세암병원이 국내 유일하게 중입자치료를 시행 중이다. 서울성모병원·계명대동산병원도 각각 2028·2029년을 목표로 양성자 기기 도입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수년간 내부 검토와 외부 전문가 자문, 해외 협력기관과의 논의를 거친 끝에 중입자가 아닌 최신 사양의 차세대 양성자 가속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고출력 사양의 경량가속기 발전으로 원활한 선량 전달은 물론, 입자 빔의 세기를 미세하게 조절해 종양의 깊이와 형태에 따른 초정밀 조준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양성자치료기술이 발전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치료·연구·산업이 융합된 입자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기존 산하병원 3곳 외에도 현재 추진 중인 동탄 제4병원 중 가장 적합한 곳에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의료원은 리즈인터내셔널·우미건설·미래에셋증권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달 30일 마감된 ‘화성동탄2 종합병원 유치 패키지형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이달 내로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놓고 순천향대의료원 컨소시엄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산하병원 간 유기적으로 연계된 진료체계를 기반으로 환자 중심의 정밀 암치료 시스템을 완성해 나가는 한편 △인공지능(AI) 기반 치료계획 시스템 개발 △암종별 치료 프로토콜 확립 △임상 데이터 기반 치료 알고리즘 고도화 등을 추진해 입자치료 기술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입자치료 관련 임상 및 기초연구를 활성화해 치료기술 검증과 프로토콜 표준화를 주도하고, 국내외 연구기관 및 산업계와의 협력 생태계도 확대한다.
윤을식 의무부총장은 “입자치료 거점 구축은 고려대의료원이 지향하는 미래의학 혁신의 핵심 과제”라며 “양성자치료를 중심으로 한 첨단 정밀의료를 통해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고대병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암 치료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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