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제1차 세계대전 시대 유행했던 감염병인 가스괴저가 재출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의료진이 유럽에서 근절된 것으로 여겨졌던 가스괴저 감염 사례를 다수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방 지역에서는 드론 위협 때문에 야외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수 시간 내 치료가 필요한 중상자들이 수일에서 수주까지 지하 임시 거점에 갇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자포리자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의료진 알렉스는 "현역 의료진 중 누구도 경험해본 적 없는 전쟁 부상 합병증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정도 후송 지연은 지난 50년간, 어쩌면 2차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외 이동은 곧 드론 표적이 된다는 뜻"이라며 "구할 수 있는 생명들이 이송 실패로 매일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스괴저는 클로스트리듐 혐기성 세균이 깊은 상처에 침투해 발생하는 치명적 감염이다. 산소 부족 환경에서 빠르게 증식하며 독소를 생성해 근육과 조직을 파괴한다. 킹스칼리지런던 린지 에드워즈 박사는 "괴사조직 제거 수술과 강력한 항생제 투여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적기 치료를 놓치면 사망률이 100%에 육박하는 극히 위험한 감염"이라고 설명했다.
이 질환은 1차대전 참호전에서 악명 높았다. 병사들이 싸운 진흙 참호와 분뇨 비료를 쓴 전장에 클로스트리듐균이 만연했고, 깊은 관통상을 입은 병사들이 제때 후송되지 못해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졌다. 당시엔 항생제도 없었고 상처 관리 기술도 원시적 수준이었다.
영국 의료 장교 알래스테어 비븐은 "가스괴저는 1차대전 시대 질병으로 여겨졌다. 이후 조기 수술, 항생제, 위생 관리 발전으로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 모든 치료에는 의료 인프라, 물류, 신속 이송 능력 등 막대한 자원이 전제돼야 한다"며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의 열악한 조건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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