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안보 분야 협상 결과물인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놓고 여야는 16일에도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국민 부담만 늘었다며 국회 비준을 거듭 촉구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원칙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이 배임죄 개정에 나선 데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죄를 처음부터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여당은 “국민의힘이 배임죄를 폐지한다고 선동한다”고 비판하며 대체입법 추진의 뜻을 거듭 밝혔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조치에 관해 “국민의힘이 여당이면 비준을 계속 주장할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미투자특별법을 가능하면 빨리 하려고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투자공사 설치와 기금 운용 등 법적 근거가 담긴 특별법 심의를 연내를 넘기지 않게 할 방침이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간담회를 통해 “구속력이 없는 MOU를 기반으로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게 더 앞뒤가 안 맞는 거 같다”고 반박하며 “매년 200억 달러씩 10년간 2000억 달러를 대미투자에 써야 하는데 현재 그런 돈을 보낼 계획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걸 만들려는 게 아닌가”라며 국회 비준 동의를 받으라고 압박했다.
당정이 배임죄를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한 정책위의장은 “대체입법 마련이 생각보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짧건 길건 연구 용역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별로 (배임죄 외의) 경제 형벌을 정리한 일괄 입법을 준비 중”이라며 “잘 준비되면 12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배임죄가 지목되자 법무부에서 배임죄 사례 유형화에 나서는 등 당정은 폐지 방안을 모색해왔다. 연구 용역에만 수개월이 걸려 배임죄 대체입법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단순히 ‘민주당이 배임죄를 폐지하려 한다’는 말은 사실 왜곡이며 혹세무민”이라며 국민의힘의 공세에는 “선동 앞에서는 어떠한 대안도, 건설적인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송 원내대표는 거듭 “기업인의 이름을 앞세워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등 재판을 모조리 덮겠다는 술수”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의 ‘대체입법 항변’에 대해서도 “배임죄를 없애고 또 다른 죄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들린다”며 “경영 판단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조각하자는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17일부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가동돼 국회가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 증·감액 심사에 나선다. 올해 대비 8%가량 증액된 728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사수하려는 여당과 이재명표 예산을 중심으로 대거 삭감을 벼르는 야당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 진행된다. 지역사랑상품권과 농어촌 기본소득, 관세 대응 목적 예산까지 여야 간의 전방위 공방으로 올해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다음 달 2일을 넘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가 한미 관세·안보 협상 후속 조치로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1조 9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를 두고도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기획재정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정무위원회에서는 ‘깜깜이 예산’이라고 제동이 걸리며 감액 또는 의결이 보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책위의장은 “(해당 상임위들은) 저희가 위원장이 아니라 다시 의사를 묻는다고 변경될 가능성이 없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증액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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