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그동안 주요 동맹국에 적용했던 ‘무기 개발 수수료’ 면제 혜택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가 미 국방부(전쟁부)로부터 무기를 구매할 때 5%가량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미 간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포함된 2030년까지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사들이기로 한 250억 달러의 미국산 무기 가운데 약 50억 달러가 영향을 받게 돼 총 2억 5000만 달러가량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16일 “미 정부가 정부 간 무기 계약인 ‘대외무기판매(FMS)’ 방식으로 무기를 판매할 때 부여해온 ‘비반복비용(NC)’ 면제 혜택을 폐지한다고 8월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NC는 미국 방산 업체가 무기를 개발하거나 생산할 때 발생한 초기 개발비, 설계비, 시험 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무기 개발에 투입된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일부 회수하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그동안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동맹국에 무기를 판매할 때 이 같은 NC 면제 혜택을 부여해왔다. 특정 동맹국이나 우방국을 전략적으로 우대한다는 취지뿐만 아니라 국제 방산 시장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동맹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미 정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호주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도 비슷한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많은 안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미국의 대외무역 적자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C는 미국산 무기 가격의 5%가량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NC 면제 덕분에 미국산 무기 구매액의 5%가량을 할인받아 온 셈이다. 다만 이로 인한 부담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구매하기로 한 25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중 NC 면제의 영향을 받는 FMS의 비중은 많으면 50억 달러 정도로 금액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14일 공개된 한미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를 지출한다”는 문안이 포함된 바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여기에 포함된 미국산 무기는 약 8700억 원 규모의 지휘헬기-Ⅱ 사업, 3조 3000억 원 규모의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사업, 3조 원 이상의 해상작전헬기, 4조 5000억 원 상당의 F-35A 2차 사업, 3조 원 규모의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약 8000억 원의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사업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FMS로 구매하게 되는 헬기·미사일 등 50억 달러(약 7조 원)어치가 FMS이고 나머지 200억 달러가량은 미국 방산 기업들로부터 직접 무기를 구매하는 일반상업구매(DCS)라는 것이다. 50억 달러에 5%의 NC가 적용될 경우 대략 2억 5000만 달러, 한화로는 약 3639억 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향후 5년간 무기 구매 계획에 변동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추정치”라면서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향후 5년 이후로도 NC 부과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국방비 부담은 꾸준히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는 우리나라의 방위 부담을 높인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국방비 지출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또 한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330억 달러(약 48조 원)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는 향후 10년간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에 제공하는 토지, 세금 감면 혜택 등 직간접 비용을 아우르는 금액인 만큼 추가 지출은 아니라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대규모 미국산 무기 구매 및 국방비 증액을 방위력 강화 및 방위산업 성장의 계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우리나라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에 관한 한미 협력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방사청은 “미국과 FMS 제도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 중이며 FMS를 통한 미국 장비 구매 과정에서 다른 국가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ginger@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