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잠든 승객에게 가짜 토사물을 묻힌 뒤 합의금을 뜯어낸 택시기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범죄로 복역 후 출소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공갈, 공갈미수,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8)에게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자신의 택시에 탄 만취 승객이 잠들면 미리 준비한 가짜 토사물을 승객의 옷과 신발, 차량 좌석에 발랐다. 죽과 커피를 섞어 만든 토사물로 승객이 구토한 것처럼 현장을 꾸민 뒤 "택시 냄새 제거 비용을 변상하라"며 협박했다. 부러진 안경을 뒷좌석에 떨어뜨려 폭행 정황을 만들고 "택시기사를 때리면 벌금 1000만원이 나온다"고 위협해 합의금을 받아냈다.
A씨는 지난 3월 서울 종암경찰서 강성길 형사가 승객으로 위장해 택시에 타면서 검거됐다. 강 형사가 잠든 척하자 A씨는 그의 얼굴과 옷에 가짜 토사물을 묻혔다. 승객을 깨운 A씨는 "사장님 발로 차고 오바이트 다 해놓고" "왜 스트레스받은 걸 나한테 푸냐"며 몰아붙였다. 이어 "경찰서 가면 구속된다. 벌금도 1000만원"이라고 협박한 뒤 "현금이 없으면 카드라도 달라"며 합의를 종용했다. 강 형사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자 A씨는 파출소로 향했다. 처음 500만원을 요구하던 A씨는 점차 금액을 낮추며 계좌번호를 내밀었다. 공갈미수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강 형사가 신분을 밝히고 현행범 체포하자 A씨는 "네가 무슨 형사냐"며 욕설했으나 곧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서울·경기·충청 지역에서 이 같은 수법으로 160여명을 상대로 총 1억50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중에는 학생도 있었고, 일부는 A씨의 허위 신고로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A씨는 같은 범죄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다. 출소 4개월 만에 동일한 범행을 되풀이한 것이다.
강 형사는 "내가 경찰인데도 몸에 토사물을 바를 때 소름이 돋았다"며 "실제로 당하면 정말 겁을 먹을 것 같다. 달라는 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명령 신청 제도가 있지만 피해자 전원에게 배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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