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BHV 백화점에서 유명 브랜드들이 잇따라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판매 대금 미지급’이지만, 해당 백화점에 최근 중국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의 상설 매장을 전격 입점시키면서 브랜드 이미지와의 충돌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향수 브랜드 게를랭과 디오르가 BHV에서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프랑스 의류 그룹 SMCP가 산드로와 마쥬 등 4개 브랜드 매장을 빼겠다는 입장을 백화점 측에 공식 통보했다.
SMCP와 LVMH는 “쉬인 입점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며 철수 이유로 BHV 백화점의 판매 대금 미지급을 지적했다. 그러나 BHV 백화점은 이를 즉각 반박했고, 갈등의 근저에 브랜드 이미지와의 충돌이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다.
BHV 백화점의 모회사 SGM의 프레데리크 메를랭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서한에서 “최근 몇 달 사이 소규모 브랜드에 이어 대형 브랜드들도 이탈을 결정했다”면서 “그러나 자금 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백화점 이미지”라며 “일부 브랜드는 더 대중적이고 현실적인 상업 전략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쉬인 입점 반발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대목이다.
실제 BHV 백화점은 이달 5일 쉬인 첫 상설 매장을 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메를랭 회장은 “며칠 만에 5만 명이 방문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입장에서는 ‘초저가·초고속 생산’ 이미지를 가진 쉬인과 같은 공간에서 판매하는 것이 브랜드 정체성과 충돌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 현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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