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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사노위 복귀 막는 ‘진짜 허들’ [양종곤의 노동 톺아보기]

신임위원장 “정부 수단기구 아니다”

노사정, 경사노위 한계 지적과 일치

민주노총 경사노위 복귀 여부, 난망

경사노위 복귀 시 정체성 흔들릴 수

‘대화참여’ 한국노총…상호보완 구도

이재명 대통령이 9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하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통과의례 기구가 아닙니다. 정부가 미리 정한 정책 수단을 실행시키기 위한 보여주기식 기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경사노위가 협의한 결과를 존중해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서 경사노위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위원장으로서 (이)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확인하겠습니다.”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11월 5일 취임사에서 경사노위의 한계를 명확히 짚었다. 김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한 ‘이 약속’을 지킨다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할 일정 명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는 진짜 전제 조건이 따로 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로 복귀하면 민주노총의 정체성인 외부의 관점(비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어떻게 정리할지다. 민주노총이 외부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내부에서 상호 보완적 노동 운동을 한다는 점도 고민할 지점이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기구란 목적에 반하는 정부 정책 도구가 됐다며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경사노위의 정책 도구화는 민주노총뿐만아니라 노사정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9월 30일 연 사회적 대화 토론회를 열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첫 사회적 합의를 이룬 한국의 사회적 대화 중심에는 경사노위가 있었다”면서도 “정부 주도로 사회적 대화 의제가 만들어지고 공익위원이 구성되면서 보수정권의 신자유적 노동정책 의제를 관철하는 수단화가 됐다”고 지적했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도 “(사회적 대화는) 무리한 합의 도출 시도, 정부 중심적인 대화, 노사의 비타협성으로 인한 상호 불신이 이어졌다”며 “정부가 정책 추진을 위한 근거로 사회적 대화를 활용하면 대화 활성화를 저해된다”고 비판했다. 취임 후 사회적 대화를 강조해 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사회적 대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합의 도출을 위한 수단이나 노사정 어느 쪽에 치우친 결과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사회적 대화를 위해 경사노위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 견해 차이가 상당하다. 그동안 경사노위 한계를 강하게 질타해 온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정부중심적 사회적 대화에 대한 비판은 윤석열 정부 당시 대화의 무력화로 제기됐고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불참이 원인”이라며 “정부가 주도해 온 사회적 대화는 정치적 수단화와 신뢰도 하락으로 국회 사회적 대화를 대안으로 부상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사노위가 대통령 소속기구란 신분을 바꿔 독립기구로 재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지역, 계층, 세대, 의제를 아우른 진정한 사회적 대화 플랫폼이 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사노위를 고쳐 활용할 수 있다는 쪽이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분위기를 보면 경사노위 중심성 자체에 대한 사실상 해체의 분위기가 엿보인다, 한국 사회적 대화 상징이자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사노위와 같은 중앙대화체 무용론은 과도하다”며 “노동부 산하 주 4.5일제 추진단, 민주당 내 정년연장 태스크포스처럼 자칫 관료와 정당 중심의 의사 결정에 사회적 대화가 임의로 동원되거나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화 의제 선정과 참여 주체 구축, 대화 속도 등을 다룰 정부 내 컨트롤 타워 역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9월 21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제노동 철폐,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를 염두에 둔 ‘완전한 회의체’를 목표라고 밝혔다. 경사노위 입장에서 노동계를 양분하는 민주노총까지 경사노위에 복귀하면 사회적 대화에 무게감이 실리고 이 대화로 만들어질 정책도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를 두고서도 고민이 깊었다. 민주노총은 내부(정부와 국회)로 들어가면, 외부에서만 가능한 독립적 비판·견제 기능이 약화될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경사노위와 같은 중앙 단위 사회적 대화는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 취약 계층의 목소리를 담기 더 어렵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경사노위 외에 여러 노사정기구(최저임금위원회 등)에 참여 중인 민주노총은 노동계와 정부(노정) 대화를 원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 정체성은 한국노총과 줄곧 대비되는 지점인 동시에 전체 노동 운동 측면에선 상호보완으로 볼 수 있다. 자본의 문제를 지적해온 민주노총은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가 자본의 속성이 있음을 주지한다. 반면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처럼 강성 투쟁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안에 대한 정책화가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뒤 이 대화를 통한 정책 결과에 대해서도 정부와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경사노위는 1998년부터 작년까지 105개에 이르는 사회적 합의과 64개 권고문을 도출했다. 문재인 정부만 놓고 보면 17건 합의가 이뤄졌는데 이 합의는 모두 이행됐다. 합의들은 취약계층 소득보장, 고용안전망 강화, 코로나 위기 극복 등 정책이 시급한 과제였다.

민주노총이 거리에서 이 과제들의 정책화를 외칠 때,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서 합의로 정책화를 도운 셈이다. 단 반노동 정책을 내건 정권이 들어설 땐 민주노총 방식(투쟁)이 한국노총 방식(대화)보다 유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계에서는 이 구도가 오래 지속됐기 때문에 양대 노총대로 각자 역할을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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